3월 소비자물가동향
배도 87.8% 급등...1975년 이후 최대 상승
유가 불안에 석유류도 1.2% 상승
농산물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특히 사과와 배는 전년 동월보다 90% 가까이 상승하는 등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2.8%로 낮아졌다가 2월에 3.1%로 올라선 뒤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이 11.7% 오르면서 전체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2월에도 11.4% 올랐던 농축수산물은 3월에는 상승폭이 좀 더 확대됐다. 특히 농산물은 2월(20.9%)에 이어 3월에도 20.5% 오르면서 2개월 연속 20% 이상 상승해 전체 물가를 0.79%포인트를 끌어올렸다. 2021년 4월 13.2% 상승한 이후 35개월 만에 최대치로 올랐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사과와 배의 경우) 지난해 가격이 워낙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있다”며 “(정부의) 농축수산물 가격할인 등 집중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더 많이 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과가 88.2% 상승해 물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로 상승했다. 배도 87.8% 급등했는데 1975년 1월부터 시작된 관련 조사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귤 가격도 68.4% 올랐다. 전월과 비교하면 사과와 배는 각각 7.8%, 12.6% 올랐다.
이에 따라 신선식품지수는 2월(20.0%)에 이어 3월에도 19.5%로 급등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신선식품지수는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한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몬드를 제외한 과일류인 신선과실은 전년보다 40.9% 올랐고 신선채소는 11.0% 상승했다.
유가 불안까지 겹치면서 석유류도 1.2% 상승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석유류는 지난해 1월 4.1% 오른 이후 2월부터 물가 하락 추세를 이어오다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바뀌었다. 기획재정부는 2월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1월 평균 78.9달러에서 2월 평균 80.9달러, 3월 평균 83.9달러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지역 불안이 고조되면서 지난 1일(현지 시간)에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83.71달러를 기록했다.
공 심의관은 “석유류 상승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이라며 “지난달과 (물가가) 엇비슷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석유류 기여도가 상승한 것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석유류의 전체 물가 기여도는 2월 -0.06%포인트에서 0.05%포인트로 전환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4% 상승했다. 가계에서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유가상승 영향으로 3.8% 올랐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달 시작한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정책’ 등 효과로 “물가 상승 고삐는 조였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자금’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15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납품단가 지원과 할인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계청 조사는 초순, 중순, 하순 등 세 번 이뤄지는데 하순으로 갈수록 (가격 오름의) 추세가 꺾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정책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까지 정부는 대형마트 중심으로 지원해 왔는데, (통계청의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중소형 마트나 재래시장 등으로 지원이 확대되면 통계에도 (유의미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90% 가까이 폭등한 사과 가격 등은 단기간 내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햇사과가 나오는 7월 말까지 공급 물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사과 가격은 햇과일이 나오는 7월 말 정도가 돼야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4월부터는 기상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물가가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 부총리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추가적인 특이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3월에 연간 물가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며 “다만 물가수준이 절대 낮지 않은 만큼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하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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