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을 '불법 녹음장'으로 전락시켜"
웹툰작가 주호민씨(42)가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1심 재판부가 '몰래 녹음'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 유사한 녹음기가 발견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9일 논평을 내고 "해당 소송 건에 대해 수원지방법원이 몰래 녹음을 증거로 인정했을 때 교실을 불법 녹음장으로 전락시키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라며 "법을 어기면서 자녀 몰래 녹음기를 들려 보내는 학부모가 늘고, 교사는 불안한 마음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녹음방지기를 사는 '막장교실'이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불신과 감시의 교실에서 교사가 어떻게 학생을 열정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은 존중과 배려, 협력을 배울 수 있겠냐"며 "교실을 황폐화하는 몰래 녹음은 불법임을 분명히 하고 엄벌해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전국특수교사노조는 최근 학교 현장에서 불법 녹음 사례가 적발되는 일이 늘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한 학교에선 장애 학생의 옷자락에 꿰매어 숨겨진 녹음기가 발견됐다. 지난 23일에는 또 다른 학교에서 반복적·지속적으로 학생 가방에 녹음기를 보내 등교시키는 학부모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노조로 신고되는 불법 녹음은 아동학대 정황이 있거나 학교와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별개의 목적인 경우가 많다"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할 때까지 녹음을 반복한 후 짜깁기해 교육청에 민원을 넣거나, 아동학대 신고 자료로 쓰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게 교사들의 증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주씨 부부는 초등학생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 A씨가 수업 시간에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발언 등을 했다는 취지로 고사한 바 있다.
당시 주씨 부부는 아들의 가방에 몰래 숨겨 보냈던 녹음기에 녹취된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1심 재판부는 해당 녹취록에 대해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면서도 "사건의 예외성을 고려해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의 학대 혐의를 유죄로 판단,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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