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능 문화부·전시 산업부 나눠진 상황, 접점 찾기 어려워
대만·태국 등 경쟁국가는 전담기관서 담당
이명박 정부 신성장 동력 육성, 비약적 발전…G20 유치 등 성과
정부 지원기간 졸업한도 3년, 5~10년 늘려 장기간 준비해야
베끼기 행사 아닌 차별화 필요, 소규모·지역성 강조 세계적 추세
IT기술 접목 온라인 행사 강점, K-팝·K-콘텐츠로 한국 위상 강화
MICE 산업과 관광 활성화 방안 채텀하우스. 왼쪽부터 이병철 경기대학교 관광이벤트학과 교수, 김현정 한국융합관광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박미경 문화체육관광부 융합관광산업과장, 김철원 경희대 관광대학원 석좌교수, 하홍국 한국마이스협회 사무총장.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사회 = 백강녕 디지털콘텐츠에디터>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갔다. 실패 원인을 따지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동시에 삼성, LG, 현대차 등 세계 일류 기업과 K-팝 등 K-콘텐츠의 종주국이 엑스포에 준하는 자체 국제행사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우리도 세계적인 자체 마이스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참가자A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한국은 거버넌스 체계가 국제기능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있고, 전시 쪽은 산업자원부에 있다 보니, 엑스포와 같은 통합적 국제행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기관이 없다. 예를 들어 대만은 경제부 산하 해외 무역청이 마이스 업무를 전담하고 있고, 태국은 국무총리 산하기관인 태국컨벤션전시뷰로(TCEB)가 마이스 산업을 전담해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현재 한국과 같은 이원화 상황에서는 회의-포상여행-컨벤션-전시 간 접점을 찾기 굉장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참가자B
사실 엑스포라고 하면 전 세계인이 어떤 행사인지 누구나 알고, 또 개최했을 때 국가 이미지, 또 경제적 측면에서 효과가 어떤지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행사이기 때문에 유치에 있어 국가적 관심을 쏟고 나선다. 하지만, 자국에서 만드는 행사의 경우 그 정도의 브랜드 네이밍을 갖기까지 굉장히 긴 호흡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한국판 ‘다보스 포럼’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질적으로 포럼이 탄생해서 성장하기까지 최소 3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그니처 회의라든지 글로벌 회의 등 정부 정책의 경우 지역 지원기간 졸업 한도가 3년인데, 이것도 지금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최소한 5년에서 10년은 꾸준히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참가자C
이명박 정부(2008~2012)가 마이스를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육성하면서 한국 마이스산업은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그전까지 단순 컨벤션 산업 지원에 그쳤다면, 이명박 정부 때 G20 정상회의를 중심으로 각 장관회의, UN 행사 등이 따라오고, 그 효과가 민간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대규모 국제회의 유치가 업계 성장에 큰 동력이 됐다.
참가자A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한국관광공사 마이스 관련 연구 통계에서 국제회의 참가자의 평균 소비액이 일반 관광 소비액보다 2.7배로 집계됐었다. 마이스가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으로 주목받고, 17대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지정되면서 그전까지 컨벤션 개념에 머물던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지식기반 핵심 산업이자 21세기형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급성장하게 됐다.
참가자C
이를 기반으로 2016년, 2017년 국제협회연합(UIA) 기준 국제회의 개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제 유치를 넘어서 우리만의 마이스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때 투입했던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다만,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와 BTS를 위시한 K-팝 열풍 등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적·문화적 위상이 상당히 높아진 지금 그 기간이 조금 더 단축될 수는 있다. 이런 장점을 잘 활용해서 베끼는 행사가 아니라 차별적인 행사를 기획하고, 또 이를 운영하는 여러 지역 자생적 거버넌스가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참가자D
문체부를 비롯해 서울시도 기존 융복합 국제회의 지원사업을 1년 기준으로, 즉 연간으로 평가하고 이를 기준으로 내년에 선정하는 방식을 벗어나는 추세다. 사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에 어떤 행사를 최소 3년 이상 지원한 기록이 그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국제회의 활성화 5개년 지원프로그램' 등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속성에 대한 인식과 노력이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나 서울시부터 이런 장기적 관점의 지원과 육성이 시작되면 다른 지자체도 서서히 따라가게 돼 있다. 최근 다수의 지자체에서는 지원 기간을 확대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등 고무적인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사회>
단순 유치 실적을 늘리기보다, 우리만의 마이스를 구축하자는 주장 이면에는 양적 성장만큼이나, 질적 성장에 대한 평가 체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 같은데.
참가자D
그렇다. 사실 CES 같은 행사에 가면 한국 기업이 대다수인데, 왜 이런 행사가 우리나라에 없는가 하면 미국 시장이 크고, 큰 시장에 바이어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한국 기업이 있으니 한국에서 행사를 열면 일정 참가인원은 보장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대기업이 결집해서 만드는 것 이상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확장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그 때문에, 대형 행사를 만드는 과정이 한 트랙으로 가는 게 방법적으로는 맞지만, 글로벌한 방식을 고려하면 지원이나 체계를 갖춰 우리의 마이스 산업을 육성하고 만드는 트랙과 외국의 행사를 유치하는 트랙을 모두 가져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역을 강조하지만, 지역에서 글로벌화하는 것이 목적이고, 이 행사가 글로벌화돼서 결국 피라미드 구조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참가자A
양적 성장의 성과를 보려면 데이터 경제에 대한 통계가 철저하게 맞춰져야 한다. 사실 2010년 이후에 최선을 다해 국제회의를 다 끌어모았기 때문에 UIA(국제협회연합) 실적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숨은 행사까지 발굴해서 발표하고 하다 보니 수치는 성장했지만, 현실은 또 다를 수 있었다. 이제 이런 데이터 시스템을 국제기준에 맞춰서 활용할 수 있게 철저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참가자E
지난해에 전시 쪽 특수산업 분류 코드가 제정됐다. 올해 후속 조치를 진행하면 국제회의업에 대한 특수산업 분류 코드가 정해질 것 같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지난해 발표한 전 세계 50개국의 마이스 산업의 GDP 기여율을 보면 1조6000억 달러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13위인데 그 경제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낸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마이스산업 전체 규모를 22조로 잡고 있다. 그런데 국제회의 유치 글로벌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현재 10위~13위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 국제 산업 규모 대비 최소한으로 잡아도 30~40조 규모로 추산할 수 있다. 이처럼 국가 통계에서도 놓치는 부분을 보면 정부 정책이나 지원이 실행단계만 보지 말고 사업 후 파급효과나 레거시 부분도 분석을 해서 반영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사회>
마이스를 단순한 국제회의나 전시가 아니라 확장성이 큰 산업의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다.
참가자A
현재 마이스 얼라이언스 회원사를 보면 구성이 굉장히 다양하다. 그런데 그 회원사들 사이에서는 업계 관련 통계에 본인들 업종이 안 잡힌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K-컨벤션 기준도 그렇고, 문체부에서 나온 정책도 컨벤션과 전시를 융합했을 때 더 가점을 주는데, 과감히 그런 것에 대해 더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현재 국제회의는 대면-비대면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지속되고 있고, 비대면 수요가 커지면서 IT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행사가 마이스 산업 전반에서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콘텐츠 유니버스 코리아' 행사에 갔었는데, 한 참석자는 "이게 무슨 국제회의냐"는 반응을 보이더라. 하지만 우주를 연상시키는 행사장 분위기나 행사장 안에 조성된 텐트 존 등 독특한 포맷과 콘셉트 등이 강한 몰입감과 다양한 포용성을 선사했다는 해외 연사들의 호평이 현장에서 이어졌다. 그만큼 국제회의가 다양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참가자C
맞다. 그만큼 트렌드에 맞춰 유연해져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엑스포나 CES 같은 대형 행사도 있지만, 현재 국제회의 전망을 살펴보면 소규모화되고 있고 또 지역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면-비대면이 혼합된 하이브리드에 초점을 맞춘 행사가 많이 개최된다. 이런 경우 시설의 규모보다 연결성이 더 중요한 부분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협업하고 융복합하는 형태로 가져가는 것이 우리나라가 보유한 기술적 강점을 잘 살리고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사회>
지속가능한 마이스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참가자B
국제회의 다수가 일회성으로 진행되면서 그동안 환경 보호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시나 관광 모두 지속 가능에 대한 노력이 요구되면서 행사의 성공과 참가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 이상의 유의미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친환경, 문화적 다양성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도입하고 있다.
참가자A
기후변화이슈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두바이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도 우리나라가 유치전에 참여했다가 놓쳤었는데, 2028년 행사 유치에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관련 기술의 발전상이나 탄소중립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해지는 만큼 현장에서의 실천 못지않게 유관 행사 유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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