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사상 최초로 t당 1만달러를 돌파했다. 올 들어서만 130%가량 치솟으며 비트코인보다 가파른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코코아 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하며 조만간 초콜릿, 캔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5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은 전장보다 t당 4.5% 오른 1만80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코코아 가격은 지난 1년간 3배 이상 상승했다. 연초 대비로도 130%가까이 뛰었다. 블록체인 전문매체인 프로토스는 "코코아가 새로운 비트코인"이라며 "놀라운 가격 상승세"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 전 세계 코코아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서 악천후, 작물질병 등으로 수확 차질이 빚어진 데 기인한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3-2024시즌 공급부족 규모를 전시즌 대비 400%이상 확대된 37만4000t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최근 코코아 가격 급등세를 주목한 헤지펀드 투자자들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승 랠리를 한층 부추겼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코코아 가격 급등세의 상당부분이 시장 투기성이 아닌, 공급 부족과 상업 구매자들의 패닉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라보뱅크의 폴 줄스 원자재 분석가는 CNBC에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공급부족 문제가 구조적으로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한동안 코코아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콜릿, 캔디 수요가 증가하는 부활절을 앞두고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허쉬, 린트&슈프륀글리를 비롯한 대형 초콜릿 기업들은 초콜릿이 들어가지 않는 제품 중심으로 부활절 맞이 홍보를 강화한 상태다.
린트&슈프륀글리의 마틴 허그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이달 초 실적 발표에서 "코코아 가격이 전례없이 뛰고 있다"고 우려했다·허쉬의 마이클 벅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달 CNBC 인터뷰에서 가격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헤징 전략을 밝혔다. 다만 코코아 수급난을 고려할 때 이러한 헤징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제품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웰스파고의 데이비드 브랜치 관리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코코아 가격, 기타 제조비용 모두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부활절에 초콜릿, 캔디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몇년간 엘니뇨 등으로 코코아 생산량이 계속 감소해왔다는 점도 짚었다. 줄스 분석가 역시 더 작은 초콜릿바 형태로 제품이 출시되거나 코코아 성분이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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