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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이수지, 글로 채운 첫 에세이 "디지털 세계 쓸쓸함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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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종료돼 '만질 수 있는 생각' 출간
"디지털 세계 글, 속절 없이 사라져"
2022 아동문학 노벨상 '안데르센상'

글을 배제한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해온 그림책 작가 이수지 씨가 글로 가득한 첫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을 출간했다.


이수지 작가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세계에서 느낀 허무함과 쓸쓸함이 글로 채운 에세이를 출간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수지 작가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2008년 출간한 '파도야 놀자'는 본문에 글자가 한 자도 없어 제목만 번역돼 14개국에 출간됐다. 작가는 2022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적 권위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랬던 작가가 글로 가득 채운 에세이를 출간한 이유는 지난해 6월 서비스를 종료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글루스' 때문이다. 작가는 이글루스에 오랫동안 일기처럼 글을 썼다.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오랫동안 간직한 생각과 느낌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상황에 처했다.


"디지털 세계에 있는 글은 영원할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속절없이 사라지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과 느낌을 담은 첫 에세이를 출간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여러 사람과 나눴던 대화, 느낌과 생각을 다 붙잡아 책에 묶어두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수지 그림책 작가   [사진 제공= 비룡소]

이수지 그림책 작가 [사진 제공=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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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고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에는 회화 전공자에서 아트 북을 공부한 학생, 그리고 그림책 세계에 빠져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초창기 작업 노트, 엄마가 돼 아이들과 씨름하며 보냈던 순간들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안데르센상 수락 연설문도 실었다.

작가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지만 독자들은 어떤 것을 흥미로워할까 하는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책을 출간한 또 다른 이유다. 그는 전자책으로 소설을 볼 때 책이 줄어드는 속도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우리가 책을 쥐고 보면 '이 책이 끝나가고 있어'라는 것을 손으로 감각할 수 있다. 그러면서 뭔가 모를 아쉬움, 마지막에 어쩌려고 이러지 하는 긴장감 등을 느낄 수 있다. 전자책은 마지막 쪽수를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런 느낌이 없다. 그래서 그 한계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된다. 디지털이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자유로움을 주지만 그 한계 없음이 주는 외로움이라든지, 실체 없음이 주는 쓸쓸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그림책 작가라는 정체성을 인정받기까지 웃픈(?) 일화도 소개했다.


"과거에 제 이름을 검색했는데 어떤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 제가 만화가로 소개돼 있었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서점에 그림책 작가로 소개해 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포털 사이트에서 그림책 작가는 직업란에 등재돼 있지 않아 직업이 아니라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답변이 왔다.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다시 메일을 보내서 바꿔 달라고 했는데 별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안데르센상을 받고 나서 2주 정도 그림책 작가로 바뀌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작가는 당시 메일을 받고 굉장히 기뻤다며 사실 당당하게 그림책 작가라고 말하고 다닌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작가는 최근 정부가 그림책 작가에게 주는 상을 제정해 지난해 첫 수상자가 나온 것도 굉장히 기뻤다고 했다. 다만 올해 책과 도서관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는 소식에는 행복하지 않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작가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그리는 작가로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을 때 어른들이 생각해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사람의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늘 너에게 이것을 가르치겠어'라는 태도가 아니라 '나는 이게 너무 좋아, 나는 이 그림책이 진짜 멋있는 것 같아, 이 이야기가 정말 멋있어 너랑 같이 이걸 느끼는 게 너무 좋아'라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작가는 오는 4월부터 진행되는 개인전을 소개하며 간담회를 마쳤다. "전라남도 순천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고 굉장히 중요한 그림책 전문 도서관이 있다. 그곳에서 4월23일부터 9월22일까지 개인전을 한다. 많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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