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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이면 맛있게 먹고 신나게 논다'…남원 당일치기 여행[디깅 트래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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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봄날, 사랑이 꽃피는 도시 전북 남원
달떡체험·국악 공연·광한루원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정부 지원 기차여행 '3월엔 여기로'
교통비·식사·관광지 입장료·체험료 모두 3만원

만난 지 하루 만에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한 일일까. 춘향전의 춘향과 몽룡은 방자의 도움으로 서로 마주한 그 날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생애주기가 짧았고, 결혼 적령기 또한 그만큼 이른 시대였으니 이들의 만남을 오늘날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사랑의 배경이 된 남원에 대한 낭만적 이미지다.


신분을 뛰어넘는 거침없는 사랑이라니. 소설이면 어떻고 상상이면 또 어떠랴. 하여 전국의 무수한 미인대회 중에서도 유독 미스춘향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 아련한 첫사랑, 불같은 마음이 투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봄바람이 불어오고, 상춘객의 발걸음을 유혹하는 전국 각지의 다양한 행사가 연일 개최되는 가운데 당일치기 기차여행 ‘3월엔 여기로’ 일정에 함께 몸을 실었다. 추첨을 통해 선발한 관광객 80명은 옛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간식 카트와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복도를 누비는 가수의 노래에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김덕균 코레일관광개발 처장은 “기차로 떠나는 로컬여행 ‘3월엔 여기로’ 여행상품은 관광, 체험, 식사, 교통, 공연 등을 포함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며 “정가는 12만~13만원에 달하지만, 당첨자는 3만원에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어 신청자가 많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인월면 농촌전통테마마을에서 제공되는 '흥부 잔치밥'. 박에다 직접 밥을 비벼먹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진 = 김희윤 기자]

인월면 농촌전통테마마을에서 제공되는 '흥부 잔치밥'. 박에다 직접 밥을 비벼먹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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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인월면 달오름마을에서 운영하는 달떡만들기 체험프로그램. [사진 = 김희윤 기자]

남원시 인월면 달오름마을에서 운영하는 달떡만들기 체험프로그램.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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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열차는 3시간여 만에 남원역에 도착했다. 곧장 남원시 인월면 ‘달오름마을’로 향했다. 이곳은 전북도와 남원시가 휴양과 힐링, 체험을 선도하는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육성한 지역으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인월면은 치열한 역사 속 배경이었던 곳이기도 하다. 고려 말인 1380년, 이성계 장군이 약탈과 살인을 일삼던 왜구를 상대로 대승리를 거둔 황산대첩이 벌어진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전투가 한창이던 당시 그믐밤이라 어둠 속 시야 확보가 어려워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 어렵게 되자 이성계는 달을 밝혀달라 간절히 기도했고, 이내 밝은 보름달이 떠올라 고려군이 적군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성계가 기도로 달을 끌어올렸다고 해서 인월(引月)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관광객들은 마을 이름을 딴 달떡 만들기에 참여했다. 참기름과 밀대, 떡 반죽, 팥앙금 등 장비와 재료를 이용해 떡을 만들면서 천연 색소인 비트와 치자로 색을 입혀 3색 달떡을 만들 수 있다. 달떡 만들기 체험 후에는 바로 옆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흥부 잔치밥'을 점심으로 먹게 됐는데, 참가자 전원 앞에 박으로 만든 바가지와 밥이 놓여있고 그 앞엔 이곳에서 직접 농사지은 고사리와 무채, 콩나물, 표고버섯, 당근채, 시금치가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박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은 낯선 경험이었는데 밥맛을 더 돋워주는 신선한 체험이라는 평가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춘향가’와 ‘흥보가’의 배경이 된 남원은 국악의 산실로도 유명하다. 국립국악원을 비롯해 시립국악원과 국악고등학교 등 관련 기관이 밀집한 남원에는 이런 정신을 계승하고자 ‘국악의 성지’ 가 조성돼있다. 운봉읍에 있는 '국악의 성지'는 박물관이자 전시관으로, 이날 2층 국악 공연실에서는 ‘3월엔 여기로’ 참가자를 위한 특별한 공연이 진행됐다.


"흥부집을 당도, 안으로 펄펄 날아들어 들보 위에 올라 앉어 제비말로 운다~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연지, 우지배요. 낙지각지, 절지연지, 은지덕지, 수지차로 함지포지 내지배요~"

남원 운봉면 '국악의 성지'에서 진행된 특별공연 중 화선무. [사진 = 김희윤 기자]

남원 운봉면 '국악의 성지'에서 진행된 특별공연 중 화선무.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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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립국악단의 임현빈 명창이 흥부가 중 '제비노정기'를 구성지게 부르자 객석 곳곳에서 "얼씨구!" "잘한다!" 추임새가 이어졌다. 공연을 마친 임 명창은 "서울에서 오신 관객분들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호응을 잘해주시니 당황스럽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판소리 공연 외에도 꽃이 그려진 부채로 나비와 만개한 꽃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화선무'를 비롯해 잔치판이나 놀이판에서 참석자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추는 ‘예기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민요들을 모은 ‘팔도민요연곡’ 등의 무대가 이어졌다. 이날 공연의 대미는 남원시립국악단의 국악관현악 ‘달항아리’ 무대가 장식했다. 전통 악기와 현대적 선율이 어우러진 퓨전 국악 관현악곡으로 힘 있는 연주와 유려한 선율이 이어지자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감동을 전했다.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는 춘향과 몽룡의 만남과 사랑이 이뤄진 광한루원이다. 광한루가 있는 정원 일대를 통칭하는 광한루원은 조선 시대부터 평양의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전국 4대 누각으로 불리며 선비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명소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오늘날까지도 광한루원은 남원을 대표하는 제1의 관광명소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남원시는 매년 5월 춘향의 정절을 기리고, 그 얼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광한루원 일원에서 ‘춘향제’를 개최한다. 1931년 춘향의 사당인 춘향사를 지으면서 시작된 행사는 올해로 94회를 맞으며 전국적인 축제로 성장했다.

광한루가 있는 정원 일대를 통칭하는 광한루원은 조선시대부터 평양의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전국 4대 누각으로 불리며 선비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명소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오늘날까지도 광한루원은 남원을 대표하는 제1의 관광명소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광한루가 있는 정원 일대를 통칭하는 광한루원은 조선시대부터 평양의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전국 4대 누각으로 불리며 선비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명소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오늘날까지도 광한루원은 남원을 대표하는 제1의 관광명소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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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루 앞 연못은 은하수를 상징한다고 한다. 연못엔 3개의 섬이 있는데, 전설의 삼신산을 상징하는 봉래산, 영주산, 방장산을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송강 정철이 당시 남원 부사와 함께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광한루 누각은 올라갈 수 없게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남원시는 이달 29일부터 31일까지 단 사흘 동안만 개방할 예정이다.


‘3월엔 여기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코레일관광개발이 공동 진행하는 당일 기차여행 프로그램이다. 총 1700명을 대상으로 단돈 3만원에 전국 21개 소도시 당일 기차여행 기회를 제공한다.


신청은 ‘여행가는 달’ 홈페이지에서 사전 접수를 한다. 100%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참가비 3만원에 왕복 열차표를 비롯해 식사, 관광지 입장료, 체험료 등이 모두 제공돼 인기가 높다. 앞서 8일, 15일, 16일, 22일, 23일 진행된 데 이어 29일, 30일까지 총 7회 진행된다.


29일에는 하동, 구례, 보성으로, 30일에는 태백, 삼척, 괴산 등을 방문한다. 여행 목적지는 문체부와 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관광의 별'이나 '한국관광 100선' 등 관광명소를 포함하고 있다. 3월 외에도 상반기에 관광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광한루의 야경. [사진 = 전북특별자치도]

광한루의 야경. [사진 = 전북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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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나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마케팅팀장은 “현재 1700명 모집에 9만명이 신청했고, 이달 말까지 약 10만명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달에 이어 오는 6월에도 당일 기차여행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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