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테러 배후설에 젤렌스키 "푸틴, 우크라에 떠넘겨"

러시아 하원은 "우크라 흔적 명백해지고 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 난사 및 방화 테러와 관련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를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밤 텔레그램에서 "어제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로 푸틴 대통령 등 쓰레기들은 모두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만 한다"며 "그들은 늘 같은 수법을 쓴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검거된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다"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발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그들은 우크라이나 도시를 불태우면서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고, 우리 국민을 고문하고 성폭행하면서 우리를 비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하루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이번 일로 러시아 시민을 상대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로 떠넘길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모두 뻔하게 예측 가능한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앞서 테러 용의자들은 22일 저녁 러시아 모스크바 크라스노고르스크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 난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 이 범행으로 현재까지 총 133명이 숨지는 등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테러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관련 용의자 총 1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건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지만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테러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텔레그램에서 "테러 공격 조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흔적이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며 "잔혹한 키이우 정권이 테러리스트를 고용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