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2030년 美 공급망 비중 20%로"
NYT, 美반도체 기업 제품 생산 살펴보니
동아시아 의존 불가피…"비용 경쟁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약 27조원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의 반도체 장악력과 공급망이 견고해 미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단기간 내 아시아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텔 지원 발표가 있던 20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가 390억달러(약 52조원)를 투입해 반도체 기업으로 하여금 자국에 공장을 짓도록 하면서 공급망을 더 많이 끌어오려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내 공장이 지어져도 반도체 제조는 분명 전 세계가 나눠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집권 4년 차인 바이든 행정부가 정권 초부터 공들여 달성코자 하는 목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다. 세계 반도체 생산 공급망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37%에서 현재 12%로 대폭 떨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 지원을 공개한 자리에서 2030년까지 이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1960년대만 해도 공급망의 주축이었던 미국은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공급망 일부를 해외로 돌렸다. 이 과정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 대만 등이 정부의 대규모 지원책을 바탕으로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자국 내 투자가 줄었다. 하지만 미국의 대대적인 투자에도 한국, 일본, 대만, 중국, 유럽 등 주요국이 동시에 반도체 산업에 경제적 지원을 쏟아붓고 있어 미국만의 공급망 구축은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NYT는 세계 2위 전기차용 전력 반도체 기업인 미국 온세미의 공급망을 토대로 아시아를 배제한 미국만의 공급망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온세미의 핵심 제품인 실리콘카바이드 생산은 미국에서 시작된다. 온세미의 뉴햄프셔 공장에서 노르웨이, 독일, 대만에서 가져온 실리콘 파우더를 활용해 1차 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독일, 일본산 흑연과 가스를 사용한다. 이후 그렇게 만든 크리스탈을 체코 공장으로 옮겨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산 기계 통해 얇은 웨이퍼로 만드는 2차 작업을 진행한다.
제작된 웨이퍼는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국 공장으로 보내 3차 작업이 이뤄지고 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을 위해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공장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생산된 온세미의 반도체의 일부는 중국과 싱가포르 유통 센터를 거쳐 현대차, BMW 등 아시아와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에 전달된다. 일부는 캐나다, 중국, 미국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에 판매된다고 한다.
챈스 핀리 온세미 글로벌 공급망 담당 부사장은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기술 기업들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가장 기술력 있는 제조업체가 많은 아시아에 일감을 가지고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온세미는 미국에 반도체 제조 시설 관련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외에도 체코, 한국 등에 20억달러 규모의 시설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고립되겠지만 반도체 생산이 아시아에 집중된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반도체 산업에서 아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은 분명 유리하게 작용한다. 반도체 생산이 몇몇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이끌고 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지역 공급망을 창출한다"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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