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소환조사 시기에 대해 "수사팀이 제반 수사 일정을 감안하면서 사건관계인과 협의해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19일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가 해 온 대로, 하고 있는 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관계자는 '4월 재외공관장 회의 때 조사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냐'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공수처가 (이 대사를)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 대사는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라면서도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라며 한 위원장과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 대사의 호주 출국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공수처 간 진실공방도 벌어졌다.
전날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로 언론에 배포한 '현안 관련 대통령실 입장'에서 "이 대사는 대사 부임 출국 전 스스로 공수처를 찾아가 4시간가량 조사를 받았고, 언제든 소환하면 귀국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라며 "이에 공수처도 다음 기일 조사가 준비되면 소환통보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 대사가 출국 후 소환 통보를 받으면 귀국해 조사하겠다고 했을 때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면 통보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이 대사의 출국을 허락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대통령실의 입장 발표 이후 "대통령실 입장 내용 중 일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어 말씀드린다"라며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 권한이 없다. 따라서 해당 사건관계인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으며, 해당 사건관계인이 법무부에 제출한 출국금지 이의신청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공수처 관계자는 "국민들께 (공수처가) 거짓말한 모양새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 부분만 언론에 말씀드린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정치적인 논쟁·이슈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굉장히 경계해왔는데 급작스럽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들어가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이 대사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통상 수사기관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할 때 압수물 분석과 하급자 조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다진 뒤 마지막에 '윗선'인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하는데, 아직까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아직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사무실과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 포렌식도 마치지 못했다. 이 대사가 이달 7일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은 아직 착수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인 등 일부 참고인 조사를 했지만, 압수수색 대상자인 김 사령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등에 대한 조사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처장과 차장 등 지휘부 공백 상태가 두 달째 계속되고 있는 데다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 소속 평검사 4명이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도 수사하고 있어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국민들께서 답답하다고 지적하실 수 있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나름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수사라는 게 속도를 높이자고 해서 100m 질주하듯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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