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등 건강수치 측정 시 보건소에 자동 축적
비대면 수업·스마트팜 등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
"어르신 원래 이 정도 혈압 나오세요?" "응, 원래 이 정도야"
14일 오후 경기 부천시 '강장골경로당'. 스마트경로당인 이곳에서 한 어르신이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경로당에서 측정된 혈압 수치는 보건소로 자동 연계된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지난 14일 오후 찾은 경기 부천 강장골 경로당. 파란 조끼를 입은 최달임 스마트경로당 관리사(65)가 한 어르신의 이름표에 있는 QR코드를 태블릿PC 카메라에 비췄더니 ‘스마트 건강관리 서비스’에 로그인이 됐다. 이어 사물인터넷(IoT) 의료기기를 사용해 한 어르신의 혈압을 재니 태블릿PC에도 결과가 바로 떴다. 혈압 측정 때문에 침묵을 지키던 또 다른 어르신은 측정이 끝나자마자 수치를 보며 "평소랑 비슷하게 나왔네"라며 한마디를 얹었다.
경로당이 탈바꿈하고 있다. 단순히 노인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찾는 곳이 아니라 초연결을 통한 건강검진, 노래교실 등 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마트빌리지 예산을 지원하는데, 그에 따라 경로당에도 '스마트'가 붙었다.
스마트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은 ▲체중(체성분) ▲혈압 ▲혈당 ▲체온 등의 건강수치를 측정한다. 이는 스마트경로당 홈페이지에 자동저장되고 이후 10여개소의 보건소(100세 건강실)로 자동 연계된다. 경로당에서 주기적으로 잰 수치들이 보건소로 자동 저장되면서 건강상담의 백데이터가 되는 식이다.
스마트경로당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화상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여가·건강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날은 웃음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술~ 맛이 정말 좋다"라는 트로트 노래 가사에 맞춰 화면 안의 웃음치료 레크레이션 강사가 술 마시는 손짓을 보이자 이를 보고 따라하던 한 어르신이 박장대소했다. "왜 웃냐"는 다른 어르신의 물음에 어르신은 "안 하던 거 하니까 웃기잖아"라고 답했다. 김정자씨(82·여)는 "화면을 보고 하는 운동도 즐겁고, 다른 경로당도 볼 수 있어 재밌다"며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소화가 다 됐다"고 했다. 매주 금요일에는 어르신들의 건강관리 능력 강화를 위한 경로당 주치의(현직의사) 강의도 있다.
스마트경로당은 ‘쉬는 공간’에 불과했던 경로당을 ‘활동 공간’으로 바꿨다는 데 의의를 가진다. 비대면 수업은 경로당마다 강사 초빙에 드는 인건비를 대폭 줄여 활동 프로그램을 경로당에서 매일 진행할 수 있게끔 했다. 가령, 부천시 경로당 45개소 모두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면 6만원씩 총 270만원의 인건비를 지출해야 하지만 화상 플랫폼으로 동시 진행하면 강사 한 명의 인건비만 지불해도 모든 경로당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IoT 스마트팜을 이용한 원예치료 및 먹거리 나눔 활동도 어르신들에게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영자씨(79·여)는 "식물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며 "웃음치료나 활동 프로그램을 하면서 허리 아픈 것도 많이 나아졌다"고 전했다.
부천시는 2022년 3월부터 국내 최초로 시내 45개소, 봉화 4개소, 진도 1개소, 부안 4개소 경로당과 연계해 스마트경로당을 운영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사용한 지역사회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스마트빌리지 사업’을 진행 중인데 올해 사업 예산 1039억원 중 263억원을 스마트경로당 관련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천시는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스마트빌리지 예산 요구서가 올해 확정되면 105개 스마트경로당을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부천=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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