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논란에도 사실상 재선임 확정
근본적으로 해결할 제도적 공정성 필요
3년 단임제·주주 강화·감사위 독립성 강화 등
국내 재계 서열 5위(자산기준) 포스코그룹이 오는 21일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공식화한다.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에 이어 국민연금까지 주총 안건에 찬성한 만큼 지난 3개월간 이어진 ‘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사회 의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을 뿐, 다른 사외이사들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재선임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유분산 기업의 ‘사외이사 흔들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공정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외이사 흔들기 방지는 국민연금이 최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와 유영숙, 권태균, 박성욱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모두 찬성하면서 제기됐다. 이들 가운데 유영숙, 권태균 사외이사는 호화 이사회 참가로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사외이사 재임 중 호화 이사회 등과 관련해 과거 사외이사 활동이 과연 독립적이었느냐, 이해충돌은 없었느냐와 같은 의구심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이 때문에 박희재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의장이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자진사퇴했다. 결국 박 전 의장을 제외한 후보들은 재선임 절차를 눈앞에 두게 됐다.
전문가들은 ‘호화 이사회’ 논란이 쉽게 불거졌다는 것 자체가 외풍에 취약하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이는 절차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포스코 역시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문단(비공개)의 자문을 받아 사외이사 후보를 정한다.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바로 주주총회에 상정해 주주도 과정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외이사 흔들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3년 단임으로 사외이사 임기를 못박자는 의견도 나온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외이사들은 1년, 2년씩 연임할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회장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며 "임기를 3년 단임으로 정하면 ‘한 번만 하면 끝난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 소신 있게 독립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이 풍부한 사람 위주로 사외이사를 구성해야 하고 동시에 기업의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 역할을 강화해 투명경영을 유도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 주주권행사팀장 출신 문성 율촌 변호사는 "이사회가 견제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을 일부 개정하는 방안도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이보다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바꿔나갈 수 있게끔 주주들을 위한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할 때 주주에게 필요한 항목을 공시하도록 하고, 사외이사 후보를 주주가 제안해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포함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기업집단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익법인이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CEO를 견제할 수 있도록 외부기관에 감시 역할을 맡기자는 것이다. 다만 CEO가 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은 KT&G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하게 선출된 외부인사를 선임해야 한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선후배 사장끼리 이사장을 맡아 KT&G 이사회 거수기 역할하고 있다"며 "공익법인이 감독·감시 기능을 상실한 사례"라고 했다.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 방안도 거론된다. 이호영 연세대 경영대학 ESG·기업윤리연구센터장은 "내부감사 부서 보고라인을 CEO 대신 감사위원회 직할로 해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감사위원회 지원조직을 설치하고 모니터링 역량 강화를 위해 회계 전문가 2인 이상, 법률전문가 1인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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