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출신 서병수…여론조사에선 밀려
재선의 전재수…당·대표 리스크는 변수
덕천역 에스컬레이터 놓고 '설왕설래'
"막상막하 같다."
지난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만난 진모씨(63)는 어려운 숙제라도 되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총선 판세를 이렇게 읽었다. 식품 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좀 우세한 것 같다는 말도 있는데, 전재수 의원이 워낙 터를 많이 닦아 놔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옆에서 기자와 질문, 대답을 다 들었던 김모씨(67)도 "비슷비슷하다"고 동감을 표시했다. 좁은 시장 안에서도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부산 북구갑 선거구는 여러모로 정치적 관심이 쏠리는 선거구다. 과반의석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부산·경남·울산(이른바 PK) 지역의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 벨트의 요충지다. 전 의원은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민주당으로서는 귀한 PK 재선 의원이다. 원내 1당 복귀를 바라는 국민의힘 역시 이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부산시장 출신의 서 의원을 지역구 재배치 방식으로 이곳에 투입했다. 부산의 대표적 다선정치인인 서 의원의 인지도, 정치력으로 북구갑 지역을 되찾아보겠다는 노림수다.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일단 전 의원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JTBC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 12일~13일 이틀간 100% 무선전화면접으로 실시한 부산 북갑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7%, 서병수 국민의힘 후보가 38%를 기록했다. 배기석 개혁신당 후보는 1%로 집계됐다. 당선 가능성 문항에서도 전 후보가 서 후보보다 15%포인트 높았다. 다만 이 조사는 선거구 획정 전 기준으로 여론조사가 진행돼, 판세는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
전 의원의 경우에는 후보 경쟁력 등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민주당이라는 당적이 오히려 걸림돌이었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50대)는 "(소속)당이 문제"라며 "전재수는 좋은데 당 대표(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싫다"며 고심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주위 사람들과 커피 한잔해도 전 의원 지지한다는 사람이 많다"고 언급했다.
부산의 대표적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서 의원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서 의원은 부산을 대표하는 걸물(걸출한 인물)인데 어디에 내놔도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등의 권고에 따라 정치적 기반을 닦아왔던 부산 진구갑을 떠나 부산 북구갑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협력자에서 경쟁자 돼
서 의원과 전 의원은 사실 그동안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부산의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여야 간 협력할 부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한 선거구에서 경쟁자로 맞닥뜨린 두 사람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부산 북구 덕천역 인근에서 지역민들과 행사를 마친 서 의원은 기자와 만나 "인간적으로 전 의원을 좋게 보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지역에 8년 동안 있으면서 구석구석 사람들하고 많은 교류가 있었던 괜찮은 정치인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8년 동안 국회의원으로서 지역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한 것이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에둘러 말하지만, 8년간 한 게 뭐가 있냐는 것이다.
전 의원도 이날 선거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서 의원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정치인이고, 경력도 있고 경험도 있다"며 "그러나 여기(북구 갑)에는 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은 일하는 사람인데 일하러 오신 것 같지 않고 당의 명령에 따라서 온 것 같다"며 "우리 북구는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곳이 아니라 일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영남 중진인 서 의원을 부산 진구갑에서 북구갑으로 재배치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지역구 숙원 사업인 덕천역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설치 사업에 대한 둘의 의견도 엇갈렸다.
서 의원은 "북구 주민들이 덕천역 1번 출구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달라는 요구를 한 10여년에 걸쳐서 했는데 그동안 되지 않았다"며 "국회의원이 마음을 먹고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런 걸 놓쳤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전 의원은 "덕천역 에스컬레이터 설치는 2021년부터 내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대정부질문을 시작하면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며 "늦게 와서 본인이 지금 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지난 8년간 자신의 지역구 의정활동 중 의미 있는 성과로 공약 이행률과 ‘구포 개 시장 철거’를 꼽았다. 그는 "부산·대구 MBC 공동으로 부산 국회의원 18명의 공약 이행률을 평가했는데, 내가 98%로 1등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국 3대 개 시장 중 하나인 60년 된 구포 개 시장을 완전히 철거했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에스컬레이터 사업이 주민이 원하는 공약이라면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약으로는 고속철도(KTX) 연결 사업을 골랐다. 그는 "구포·덕천 종합 역과 김해공항, 가덕도 신공항을 연결하는 KTX를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단독]"전주까진 못 가요"…1140조 굴리는 국민연...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