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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낙하산'마저 남성 일색…공공기관 임원 임금격차 키웠다[K인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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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임원 보수격차 3.65%P↑
남초·낙하산 관행이 격차 높여
각 부처 '임원 목표제' 추진 더뎌
"공공기관 女이사 의무화 제도 필요"

공공기관에서도 유리천장의 벽은 공고했다. 공공기관 임원의 성별 임금 격차는 오히려 늘고 있다. 남성 위주의 배치가 변함이 없는 데다 정권의 '낙하산' 관행이 계속되면서 고위직의 성별 평균 임금 차이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아시아경제가 ESG 평가 전문기업 두이에스지(DoESG)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61개 공공기관의 남녀 상임임원 평균 임금 격차는 10.95%로, 2019년 7.30%에서 3.65%포인트 늘었다. 기관별로는 지난해 제주대학교병원의 상임임원 평균 임금 격차가 31.1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남성 상임임원이 100만원 받을 때 여성 상임임원은 약 70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어 국민연금공단(29.47%), 전북대학교병원(17.65%),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11.11%)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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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분석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362개 기관 중 361곳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3년(3분기 기준)까지 5년치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재외동포청과 재외동포센터로 분리된 재외동포재단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공공기관 상임임원은 재산공개 대상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로, 상임기관장과 상임이사, 상임감사로 구성돼 있다. 상임기관장의 경우 대규모 공기업에서는 장관, 1급 공무원에 해당하기도 하며 상임이사·감사도 주요 기관의 경우 1급 공무원에 해당한다.


남성뿐인 상임임원, 커지는 임금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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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상임임원 중에는 소위 낙하산 인사가 많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 공공기관 상임임원 중 상당수는 정치권 출신이다. 정치권 인사 추천은 많은 경우 인맥과 학연, 지연으로 이뤄지는 데다 대부분 남성이다.

실제 남녀 상임임원 임금 격차가 높은 주요 기관을 살펴보면 역대 회장(이사장) 중 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상임임원 평균 보수 격차가 2번째로 높은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1대인 1987년 장원찬 전 이사장 취임 이래 역대 이사장 18명 모두가 남성이다. 금융 유형 임금 격차 최하위를 기록한 KDB산업은행도 1984년 신설 이래 이사장·회장 중 여성이 없었다.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여전히 유리천장이 공고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알리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전체 임원(상임 및 비상임·3595명) 중 여성 임원(769명)이 차지하는 비율은 21.39%에 불과하다. 여성 임원 비율은 공시가 시작된 2020년부터 줄곧 22%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21%대로 오히려 하락했다. 게다가 이 중 90%가량이 비상임이사로, 기관장을 포함한 상임임원은 10%에도 못 미친다.


민간기업을 살펴봐도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낮아지고, 최고경영자(CEO)급 주요 임원으로 갈수록 그 수가 급감하는 경향을 보였다. 앞서 아시아경제가 매출액 상위 100대 상장사를 기준으로 분석한 ‘양성평등 종합점수’ 데이터에서도 회사 정책 결정권을 가진 사내이사는 전체 대상 법인 중 5곳에 지나지 않았다.(▶관련기사 : 100대 기업 양성평등, 1위 네이버·꼴찌 HDC현산[K인구전략])


신용보증기금의 한 직원은 "임원급은 여자 본부장이 2년 전에 처음 나왔다"며 "내부에선 여자 정원이 할당된 게 아니냐며 남자 상사들이 비판하는 것을 봤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는 시대 분위기에 맞춰 여성 임원이 늘 것이라고 보지만, 아직은 임원 중에 여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한 직원도 "임원급이나 부행장들의 경우 여성이 지금도 거의 없다"며 "그 부분은 확실히 유리천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권 바뀌며 희미해진 '양성평등' 목표
[단독]'낙하산'마저 남성 일색…공공기관 임원 임금격차 키웠다[K인구전략] 원본보기 아이콘

2017년 정부는 국정과제로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을 수립해 2022년까지 공공기관 임원 중 여성 비율을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어 2020년에도 ‘양성평등 임원 임명 목표제’ 5개년 계획을 통해 공공기관이 매년 임원(기관장, 상임감사위원, 상임 및 비상임이사) 중 여성 비율 목표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현 정부에서도 수치 발표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공공기관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추진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선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국정과제로 채택해 여건만 갖춘 채 마무리됐다. 인사혁신처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2023 공공부문 통합인사 연차보고서’를 통해 2022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과 여성 관리자 비율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통계를 공개하진 않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해 내건 정책은 대선 당시 약속해 지난해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힌 ‘성별근로공시제’뿐이다. 근로자의 직종·직급·직무별 성비 현황 공개를 골자로 하는 제도로, 공공부문부터 시범 도입해 기업까지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도입 시점으로 제시한 2023년이 지났음에도 근로 공시 의무화는 사실상 답보 상태다. 서울시만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시 소속 투자출연기관(22개) 직급·직종·재직연수별 남녀 임금 격차를 홈페이지에 공시 중이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현재 알리오에 공개된 정보로는 임금공시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성별근로공시제 공약에서 민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사실상 의무화를 안 하겠다는 말"이라고 현 정부의 근로공시제 자체를 비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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