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가 과학고등학교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천시의회가 과학고 설립을 지지하며 힘을 보태고 있는 가운데 시는 향후 시민설명회를 개최하고 교육청, 시의회, 부천고 등 관련기관과 긴밀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15일 밝혔다.
부천시의회는 14일 본회의를 열고 '과학고 설립 지지 결의안'을 26명의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최성운 의장이 대표 발의한 결의안에는 경기도 학생들이 과학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를 보장하고, 첨단과학 기술 분야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천에 과학고를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구 1363만명인 경기도에는 과학고가 현재 의정부에 있는 경기북과학고 1곳뿐이다. 인구가 더 적은 서울(938만명)과 인천(300만명)에는 과학고가 2곳씩 있다.
부천시의회는 결의안에서 "비수도권인 부산·경북·경남에도 과학고가 2곳씩 있다"며 "경기도 학생들의 과학교육 수혜율은 다른 지역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천에는 과학고와 외국어고뿐만 아니라 자율형사립고나 자율형 공립고도 없다"며 "심화 교육을 받으려는 부천 중학생들은 진학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는 도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부천시는 과학고 설립에 대한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학교 신설이 아닌 부천고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부터 '과학 중점학교'로 운영 중인 부천고는 과학고 전환시 수학·과학 등 교과과정 준비가 수월하다. 학교 당사자인 부천고가 과학고 전환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부천고는 과학고 전환을 염두에 두고 '그린스마트스쿨 경기형 공간 재구조화 사업' 공모에 선정돼 시설 개선 사업비로 23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착공한 공사는 2026년 완공을 앞둔 상황이다. 시는 이를 통해 과학고에 필요한 물리적 인프라 형성에 많은 예산과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용익 부천시장(왼쪽 두번째)와 김영찬 부천고등학교 교장, 최성운 부천시의회 의장, 김선복 부천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지난해 12월 15일 '부천시 과학고 설립을 위한 공동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15 [사진 제공=부천시]
시는 과학고 설립을 위해 관련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11월 부천교육지원청, 부천고와 함께 '과학고 전환 설립 추진위원회'를 출범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부천시의회를 포함해 '과학고 설립추진 공동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시는 지난해 12월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도내 4개 이상 과학고 추가 지정이 타당하다'는 연구용역 결과와 지역사회의 공고한 협력·우호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과학고 유치를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향후 도 교육청과 교육부의 협의 현황을 검토해 긴밀한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시민 설명회와 공청회도 열 예정이다.
부천시는 과학고를 유치할 경우 기존 부천로봇산업연구단지와 향후 조성될 부천 대장 SK그린테크노캠퍼스 등 도시의 첨단산업 기반이 과학 인재와 만나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기존의 지하철 1·7호선과 서해선에 더해 광역철도 대장-홍대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D·E·F 가 연결되면 부천시는 5중 역세권을 보유하게 되는데, 시는 이런 촘촘한 교통망이 과학고 설립시 광명·시흥·안산 등 경기 서남부권의 교육환경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과학고 설립의 타당성과 현실성을 모두 고려할 때 부천고의 과학고 전환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과학고를 설립해 부천을 첨단과학 중점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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