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에도 국민에도 창피하지 않냐"…제보창구 된 '육대전'

훈련 중 간부들 '술파티' 제보
과거엔 부실 급식 논란 고발돼

육군 관련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이 군 간부·장병들의 제보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훈련 도중 음주를 한 일부 간부들을 고발하는가 하면, 과거엔 장병들의 급식 및 처우 개선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4일 육대전에선 전날(13일) 한미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 훈련 도중 일부 간부들이 술판을 벌였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논란이 불거진 장소는 경기도 수원 소재 공군 제10전투비행단(10전비) 내 강당이었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올라온 간부 술 파티 사진. [이미지출처=페이스북 육대전]

제보를 올린 익명의 군인은 "다수의 용사가 강당에 잔류하는 상태에서 간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음주하며 욕설이 섞인 고성방가를 하고 술 게임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야말로 훈련 기강과 군 기강이 무너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군 망신이고 기강을 저해하는 인원들"이라며 "용사가 이 인원들을 보고 강당에서 나가는 걸 목격하고 저는 간부로서 창피하고 부끄러워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제보가 나온 이후 합동참모본부(합참)는 "관련 사항을 인지한 즉시 해당 인원들을 배제한 상태로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며, 앞으로 연습 기강 확립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육군 또한 "합참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넘겨받으면 면밀히 조사해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육대전'에 제보된 부실 급식 논란 사진 [이미지출처=육대전]

육대전이 군부대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의 고발 및 제보 창구로 주목받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명하복이 필수인 군 조직문화 특성상 '고발'은 힘들 수밖에 없지만, 익명의 힘을 빌린 온라인 커뮤니티는 상대적으로 원활한 제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는 군 장병들의 급식, 처우 개선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례로 코로나19 유행 당시 격리된 장병들의 처우 문제도 육대전에서 공론화됐다. 지난해 7월 한 장병의 친형 A씨는 확진 판정 후 격리 생활을 하던 동생이 받은 급식 사진을 육대전에 게재해 화제가 됐다. A씨의 동생은 5일간 부대 격리 생활을 하며 부실한 급식을 먹었다고 한다.

A씨는 "큰 반찬통에 케첩을 아주 조금 담고 케첩을 담아야 할 작은 칸에 동그랑땡을 넣어둔 걸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며 "이런 형태의 부실 급식이 이 글을 읽는 분의 형제, 자식일 수도 있기에 글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해당 포스트는 순식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졌고, 결국 문제가 된 부대 측은 부실 급식 제공 사실을 인정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