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길이 소방관 2명이 순직한 대형 참사로 번진 원인은 샌드위치 패널이었다. 지난 1월 말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에서 난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고, 불에 탄 구조물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진압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청은 지난 13일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1999년 23명이 사망한 씨랜드 참사를 시작으로 대형 화재 때마다 거론된다.
샌드위치 패널은 강판 두 장 사이에 심재(단열재)를 넣은 건자재다. 가격 대비 단열 성능이 탁월해 대부분의 공장과 가건물 외벽에 사용한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제조업체 공장 외벽이 샌드위치 패널이다. 씨랜드 이후 정부는 샌드위치 패널 제조 기준을 계속 강화했다. 2001년 심재에 난연 소재를 사용하도록 했고, 2021년엔 준불연 이상으로 소재 기준을 더 강화했다. 그럼에도 참사는 반복된다. 제조 기준 강화가 실효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강화된 제조 기준을 맞추려면 유리 섬유로 만든 그라스울 등을 단열재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심재 시장의 60%는 기준 미달인 발포폴리스티렌(EPS) 제품이 차지한다. 흔히 스티로폼이라고 부르는 소재다. 불이 나면 화염이 강판 사이의 스티로폼을 태우고 번지면서 유독가스를 뿜는다.
EPS는 영세 중소기업이 대부분 제조한다. 그라스울 생산에는 수십억원대의 설비 투자가 필요해 영세 중소기업은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국토교통부가 단속을 나가면 스티로폼으로 채운 기준 미달 샌드위치 패널이 수두룩하게 적발된다.
강화된 기준에 맞는 심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KCC와 벽산 등 대기업 두세 곳뿐이다. 이들이 전국 물량을 전부 공급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건설 현장에선 기준 미달 제품을 쓰고, 이는 다시 화재 참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는 문경 참사 이후 샌드위치패널 관련 규제 강화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참사를 막으려면 규제보다 지원이 먼저다. 단기적으로는 단열재 생산 중소기업의 설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후장대 설비 없이도 생산할 수 있는 단열재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마침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소방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이 포함되기를 바란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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