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김태용 감독의 '튜링 테스트'
"여전히 인간의 감성이 핵심"
AI 영화 제작의 한계를 말한 건
'인간 김태용' 아닌 'AI 김태용'
이미지 오른쪽 김태용 감독의 뒷배경은 이미지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했다. 왼쪽 이미지는 김 감독의 영화 '만추'와 '가족의 탄생'의 장면을 합성했다. 그래픽=이영우 기자
AI가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영상을 만드는 '생성형 창의성(Generative Creativity)'의 시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야 하는 영화감독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가족의 탄생'과 '만추'로 유명한 김태용 감독에게 그래서 물어보았다. 생성형 AI 시대에 영화란 무엇일까? 그리고 동시에 '김태용 GPT', 그러니까 인터넷에 있는 김태용 감독 관련 데이터로 학습시킨 생성형 AI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인간 김태용'과 'AI 김태용'의 대결일까? 아니면 서로가 보지 못한 걸 보충해주는 걸까? AI가 현실이 되어버린 2024년에야 가능해진 새로운 형태의 인터뷰였다.[1]
기계에 물었다
Q1: 생성형 AI 시대에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어떻게 변할까요?
김태용 GPT A1: AI 시대에 영화 제작 과정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깊은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만추(晩秋)’나 ‘가족의 탄생’에서 보여준 섬세하고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을 고려할 때, 아마도 AI가 영화 제작 과정에 가져올 변화를 인간의 창의력과 감성을 보완하고 향상시키는 기회로 바라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작성에서 AI는 기존의 이야기 구조를 분석하고 새로운 플롯의 가능성을 제안하여 작가들이 더 독창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아마도 이러한 기술의 활용이 결국 인간 작가의 창의적 결정과 감성적 깊이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입니다. 촬영과 후반작업 과정에서도 AI는 더욱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작업 흐름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의 시각 효과 소프트웨어는 더욱 현실적이고 복잡한 장면을 생성할 수 있게 하며, 색채 보정이나 편집 과정에서도 AI의 분석 능력은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해줍니다.
AI "'인간 김태용'은 AI가 인간의 창의적 결정·감성적 깊이 대체 못 한다고 강조할 것"
그러나 김태용 감독은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영화의 감성적 진실성과 인간적 연결을 강화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또한, AI가 가져올 변화가 영화 제작뿐만 아니라 관객과의 상호작용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AI를 활용한 맞춤형 영화 추천 시스템이나 가상현실(VR)을 통한 몰입형 영화 경험 등은 관객이 영화를 경험하는 새로운 차원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기술적 발전이 관객과 영화 사이의 감성적 공감대 형성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할 것입니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에 영화 제작 과정이 기술적으로는 혁신적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영화의 본질인 인간의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인간의 창의력과 감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는 AI의 발전을 영화 예술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도구로 보되, 그 핵심에는 언제나 인간의 감정과 영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할 것입니다.
김대식(맨 왼쪽)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김혜연(맨 오른쪽) 안무가(경기아트센터 경기도무용단 상임단원)가 지난달 3일 서울 서초구 에딧시티프로젝트에서 '생성형 AI 시대에 영화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김태용 감독(가운데)과 대담을 하고 있다. = 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Q2: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에서 두 주인공들은 다시 만나게 될까요? 그리고 그들이 다시 만나는 게 좋은 걸까요?
김태용 GPT A2 : ‘만추’는 만난 두 낯선 사람, 안나와 현[2]이 짧은 시간 동안 서로의 삶에 깊이 들어가며 겪는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 우리에게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삶의 불확실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저는 영화의 결말을 열린 해석에 맡기는 경향이 있어, 관객이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영화에 투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만추’에서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날지 여부는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습니다. 이는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해석과 논의를 낳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두 주인공의 재회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그들 사이에 싹튼 감정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영화가 그린 만남과 이별의 순환 속에서 두 주인공의 관계가 그저 지나가는 순간의 연결일 뿐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AI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완결성보다는 과정 자체에서 의미 찾는 게 중요"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그들의 관계가 갖는 의미와 각자의 삶에서 이 관계가 차지하는 자리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안나와 현은 서로에게 큰 변화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만남은 그들 각자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며,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들이 다시 만남으로써 이러한 성찰과 변화의 여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때로는 완결성보다는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재회가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와 감정의 여운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분명 긍정적인 전개일 것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그들의 만남이 갖는 의미와 변화는 여전히 각자의 삶에 깊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결국, ‘만추’는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순간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길 것을 상기시킵니다.
인간에게 물었다
Q1.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인간 김태용 A1: 정말 어려운 지점이에요. 그럼에도 생각을 해 본다면, 제 생각에는 문학에서도 소수의 작가들이 글을 쓰던 시대를 지나 최근에는 작가가 될 수 있는 방식도 다각화되었죠. 그리고 사진기가 별로 발전되지 않았을 때에도 그 사진기를 사용해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있었죠. 그러다가 기술이 발전되면서 현재는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고요. 아마도 문학이나 사진처럼 영화를 만드는 것 또한 모든 사람이 조금 더 자기 스토리텔링을 통해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생성형 AI는 분명히 더 좋은 능률을 선보일테고요.
그러면 많은 사람이 이제 영화라는 자체로 즐기기보다는 ‘저 정도는 나도 금방 제작해 볼 수 있겠는데’와 같이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서 영화를 만들려고 하게 될 거예요. 이런 변화는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만들고 우리가 글을 쓰다 보면 글에서 전하는 그 미세한 차이들을 각자 느끼게 되잖아요. 옛날에는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글이 주는 미세한 차이를 깊이 있게 느끼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을 수도 있어요. 이런 맥락처럼 AI 시대의 영화는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는 것뿐 아니라 감상자들의 감상법이 더 정교해지고, 좋은 영화에 대한 기대가 많아질 거라 생각해요.
Q2: 영화 ‘만추’에서 두 주인공은 다시 만나게 될까요? 다시 만나는 게 좋을까요?
인간 김태용 A2 : 이 이야기를 쓸 때 제일 처음 생각했던 것이 ‘한 여자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라는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여자는 어떤 기억으로 그 어떤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까? 계속 기다리는 그 사람의 기억을 영화로 만들어 보자라는 느낌이었는데 결국 끝까지 기다리고 오지 않는 걸 전제로 시작을 했었어요. 영화에서의 이야기는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가 전제였고 영화를 만들었는데 촬영 마지막이 되어서야 ‘둘은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찍으면서 변하긴 했어요.
이 질문이 저에게는 좋은 질문이라고 느껴졌어요. 전제로 시작했던 오지 않는 기다림에 대한 설정이 영화를 찍으면서 어쩌면 만날 수도 있겠다는, 느낌적으로 약간 스친 생각의 변화로만 있었는데 오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스스로도 생각에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두 주인공은 다시 만나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는 다시 만나길 바랄 수도 있을 것이고,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나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제 생각에는 만나는 게 좋을지는 모르겠네요.
인간 김대식 & 인간 김혜연 : 감독님은 AI보다 훨씬 더 정교한 정보를 주셨어요.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기다리는 걸로 생각했었는데 촬영을 하다 보니까 그 인물들하고 좀 친해진 거죠. 마음이 생긴 거죠. 둘도 좀 다시 만났으면 좋겠구나. 기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챗GPT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지요. 그런데 방금 말씀해주신 이야기는 감독님만이 알 수 있는, 몸과 마음으로 직접 경험한 내용이지요. 경험한 사람의 마음과 생각은 그 과거의 순간에도 있고 또 다시 현재로 되살아나 상기하기도 하고 변화하기도 하고, 또 다시 다르게 생각하기도 하죠.
기계가 예술 작품을 복제할 수 있는 시대에는 ‘아우라(Aura)’라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하지요. 오늘 감독님의 대답 하나만 보면 바로 느껴지는 게 챗 GPT의 답에는 아우라가 없어요. 저는 시간 축이 결국 아우라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평범한 의자가 있죠. 그런데 누군가 갑자기 일주일 전에 BTS가 와서 이 의자에 앉았다고 알려주죠. 그러면 이거 갖고 난리가 날 거 아니에요. 만져보기도 하고 여기 줄 이미 섰겠죠.
"챗 GPT의 대답에는 '아우라' 없어"
"AI, 사람이 만든 세계관 속 협업자"
그런데 물질적인 건 똑같은 거잖아요. 아무 기억과 시간 축과 역사가 없는 게 챗 GPT가 만드는 결과물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여기에 스토리와 기억이 들어오고 BTS가 들어오면 아우라가 생겨버리고 당연히 그 아우라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것이지만 어떤 것이 관계 안에서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그 개체 자체가 다르게 되는 거죠.
그래서 처음부터 챗 GPT에 맡기면 아우라가 없는 껍질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전에 인간의 무언가에서 시작을 하고 그 후에 바꾸는 것들은 챗 GPT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AI라는기술이 창작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의 방식이고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도구가 돼버리는 거죠. 결국은 사람들끼리 작업할 때도 똑같잖아요. 원작자가 가진 세계관에 기반해 사람들이 붙는 거지. 세계관이 없는 것에 누군가가 함께 붙어서 작업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책도 그렇고 AI도 사람이 만들어낸 세계관 안에 들어오는 한 명의 인간과 같은 협업자인 것이지 절대 그가 세계관을 만들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늘의 대화 속에 이미 많은 것들에 대한 답이 주어진 듯해요.
[1] 생성형 AI의 "만약 김태용 감독이라면…"이라는 반복된 표현은 생략했다. 나머지 모든 대답은 ‘김태용 GPT’의 한국어 대답을 그대로 실었다.
[2] 만추 주인공 이름은 ‘애나’와 ‘훈’이지만 GPT는 ‘안나’와 ‘현’으로 표현.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김혜연 안무가(여니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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