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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이 들쳐업고 출근한다"…증권맨 양육 일기[K인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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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증권사 최초 사내 어린이집 운영
본사→어린이집 도보 7분
5분·10분 단위로 아이와 함께 출근 준비
8시까지 어린이집 등원
엄빠(엄마·아빠)는 전쟁 치르고 출근 시작

NH투자증권 직원이 자녀를 직장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NH투자증권 직원이 자녀를 직장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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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6시 20분

"오빠, 오늘 인터뷰 있어서 서둘러야 해. 나 먼저 준비한다. 지민이는 이따 깨우자"

'벌써 목요일이다. 오늘 아침도 전쟁이다.'


# 오전 6시 45분

"오빠~!! 어제 드라이 맡긴 코트 안 찾았어? A사랑 협업하기로 한 탄소배출권 자료도 오늘 챙겨야 하니까 오빠가 지민이 깨워줘"

'오늘 날씨는 3도, 머리 말리고 화장은 대강하고, 회사 자료는 잊지 말자'

# 오전 7시

"오빠, 지민이 우유 내놨어. 내가 씻길게"

'오늘 오전 인터뷰 얼마나 걸릴까, 더 준비할 건 없을까'


# 오전 7시 5분

"지민아~ 일어나자~ 치카치카부터 해야지, 오늘은 양 갈래로 묶자"

'요즘 감기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는데 따뜻하게 입혀야겠다. 바쁜데 머리가 예쁘게 안 묶이네"


# 오전 7시 21분

"지민아~ 우유 먹었으면 다시 치카치카하자~ 오빠도 이거 먹어"

'지금 다 먹기엔 시간이 부족한데….'

#오전 7시 30분

"오빠 차 키 챙겼지? 지민이 가방 내가 챙겼어, 지민아, 신발부터 신자"


# 오전 7시 46분

"차 안 막혀서 다행이네, 애 깨워야겠다. 지민아, 이제 내리자."

"잠깐, 앞차 빠지니까 입구 쪽으로 더 들어가서 정차하자."


3월14일 아시아경제가 여의도 증권사 직장인의 출근길을 함께 했다. 아이를 키우는 증권사 직원의 하루는 슈퍼맘·슈퍼대디를 연상케 했다. 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육아 제도는 말 그대로 '지원'에 불과할 뿐 아이를 기르는 것은 온전히 부모의 몫이라는 것을 느꼈다.


공윤영 결제업무부 대리가 자녀를 직장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기 위해 아이를 하차시키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공윤영 결제업무부 대리가 자녀를 직장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기 위해 아이를 하차시키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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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7시47분 서울 여의도 하이투자증권 사옥 앞에 자동차 한 대가 멈춰 섰다. 공윤영 결제업무부 대리가 먼저 내려 뒷좌석 문을 급히 열었다. 공 대리가 딸을 차에서 하차시키는 동안 남편도 차에서 내려 딸 가방을 챙겼다. 부부가 정신없이 아이를 챙기는 와중에 남편은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앞 좌석에 올라탔다. 출근 시간 13분 전. 그는 NH투자증권 이 위치한 파크원 방향으로 급히 차를 돌렸다.


공 대리가 아이 손을 잡고 출근 중인 직장인에 뒤섞여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를 두 번이나 먼저 보내고 간신히 탑승에 성공했다. 어린이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초조하지만, 아이 걸음 속도에 맞추느라 자꾸 뒤처진다. 결국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공윤영 결제업무부 대리와 장재영 자산관리전략부 차장이 출근길에 아이를 사내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공윤영 결제업무부 대리와 장재영 자산관리전략부 차장이 출근길에 아이를 사내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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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도착한다고 끝이 아니다. 원장님이 마중 나와서 반갑게 인사하자, 공 대리는 딸에게 "지민이도 인사해야지"라고 말을 건넨다. 이를 보고 있던 기자에게 어린이집 선생님이 다가와 "죄송한데, 들고 있는 커피는 교사실에 놓아주시겠어요? 실수로 쏟으면 아이가 다칠 수 있어서 뜨거운 음료를 들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라고 말했다.


공윤영 결제업무부 대리와 딸 지민양(38개월).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공윤영 결제업무부 대리와 딸 지민양(38개월).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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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인사하기, 신발을 신발장에 가지런히 올려놓는 일, 아이가 겉옷을 벗고 제자리에 두는 일, 가방을 지정된 장소에 놓는 일 모두 교육의 일환이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엄마는 아이가 놀이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다. 공 대리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남편과 같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출근 동선이 같고, 서로 유연 시간제를 활용하며 아이를 '함께' 챙길 수 있다.


이재형 NH투자증권 차장의 출근길은 '슈퍼맨 아빠'를 연상케 한다. 인천 검단에서 출근을 하는 이 차장은 오전 5시에 일어난다. 출근길이 1시간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간단히 일정을 체크하고 식사를 마친 뒤 잠에 취한 아이를 씻기고 업어서 차에 태운다. 차에 탄 아이는 곧 잠이 든다.


장재영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차장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들 은우(28개월)군과 함께 출근한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장재영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차장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들 은우(28개월)군과 함께 출근한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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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장은 어린이집 지하 주차장에서 아들을 조심스럽게 깨우는 게 일과다. 아들은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조용히 아빠와 눈을 마주한다. 작고 사랑스러운 아들과 눈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피곤함이 사라진다. 동시에 먼 출근길을 함께 하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올라온다. 공 대리와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린이집에 도착해 인사하기, 신발 정리하기, 옷과 가방 제자리에 두기 등을 함께 한 뒤 한숨 돌린다.


장재영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차장과 아들 은우 군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장재영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차장과 아들 은우 군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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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이 오전 8시 전에 마무리된다. 일하는 엄마, 아빠의 하루는 이제 시작이다. 말 그대로 전쟁 같은 하루다. 두 사람은 주 5일 내내 출근길과 퇴근길에 아이를 이렇게 챙긴다.


두 사람은 여의도에서 선택받은 직장인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했고, 최고 수준의 식단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육아휴직에 관대한 조직문화로 유명하다. 공 대리도 육아휴직을 20개월 모두 사용하고 복귀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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