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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에서 매각 1순위로 전락…생존 위협받는 韓석유화학[사업재편 석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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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 경쟁력 한계 봉착
국내 범용제품 비중 높아
COTC 도입 경쟁력 위협
中 대체 시장 찾기 어려워

편집자주나프타분해설비(NCC)로 대표되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수출이 줄자 국내 생산도 빨간불이 켜졌다. 범용제품 위주의 현 사업을 재편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고유가가 길어지면 석유 기반 원료 의존성이 높은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채산성은 악화될 전망이다.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도 석유화학 기업들을 구조조정을 내몰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현주소와 해법을 짚어봤다.
석화산업의 꽃에서 찬밥신세로

지난 2013년 미국 나프타분해설비(NCC) 전문 컨설팅업체 솔로몬 어소시에이츠는 전 세계 115개 NCC 설비의 경쟁력을 조사했다. 당시 1위는 LG화학 의 여수 NCC 공장.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업체들을 따돌린 성과였다. 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이 회사 NCC는 매각 1순위로 전락했다.


NCC는 원유를 증류해서 만든 나프타를 800℃ 이상 고온 스팀으로 열분해해 석유화학의 기초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을 비롯해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다. NCC는 석화산업의 시작점이자 꽃으로 불려왔다.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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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NCC는 찬밥 신세다. 국내 최대 NCC 생산설비를 갖춘 LG화학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중국 내 기초소재 생산법인을 모두 정리한 롯데케미칼 은 말레이시아 NCC 자회사 매각을 검토 중이다. 여천NCC는 최근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50억원 주문을 받는 데 그치며 자금시장으로부터 외면받았다.


달라진 석화 사이클

석유화학은 경기 순환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대표적인 사이클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석화업계를 덮친 부진은 과거 사이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NCC를 거치지 않고 석화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 나온데다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은 NCC처럼 열을 가하는 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열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석화산업 위기 원인 ① 국내 사업구조

국내 석화업계가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크게 국내 사업구조와 외부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중국이나 중동에서 대체할 수 있는 범용 제품 비중이 높다.

KDB미래전략연구소의 조사를 보면 국내 4대 주요 석유화학사(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 화학)의 범용 석유화학제품 비중은 2022년 기준 59%로, 우리와 유사한 원가경쟁력을 가진 일본과 독일의 선도 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독일 주요 석화기업의 범용제품 비중은 34%이며, 일본의 주요 석화기업 (미쓰비시·스미토모·신에츠)의 범용제품 비중은 45%다. 특히 독일 바스프(BASF)는 2005년 42%에 달하던 범용제품 비중을 2022년 17%까지 낮췄다. 고부가 사업으로 다각화했다는 의미다.


원료인 나프타는 유가와 연동된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원가 경쟁력은 많이 뒤떨어졌다. 중장기적으로도 NCC의 원가 경쟁력은 위협받고 있다.


세계 1위에서 매각 1순위로 전락…생존 위협받는 韓석유화학[사업재편 석유화학] 원본보기 아이콘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이 화두로 떠오르며 NCC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엔 설비투자나 기업 합병을 통해 NCC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키웠는데, 이젠 이런 방식도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COTC’ 설비가 세계적으로 대세가 되고 있다는 점도 NCC에 불리하다. 최영광 NH농협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를 원료로 직접 투입하는 COTC 설비 도입이 본격화되면 NCC의 원가 경쟁력은 더욱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화산업 위기 원인 ② 중국시장의 축소

중국이 조만간 석유화학 100% 자급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우리에겐 불리하다.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올 초 "중국이 3년 내 기초유분 100% 자급률을 달성할 것"이라며 "공급망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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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중국의 경기 회복도 지연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도 영향을 받게 됐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2010년 48.8%에 달했던 석유화학 수출 중국 비중은 2020년 42.9%로 완만하게 떨어지다 지난해 36.3%로 크게 내려앉았다.


중국을 대체할만한 시장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인도가 새로운 석화 수출시장으로 최근 부상하고 있지만 ‘제2의 중국’이 될 가능성은 작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인도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750만t 수준(2022년 기준)으로, 수요 대비 공급 역량이 부족한 순수입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 석화업체들이 설비 증설 이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우리보다 원가경쟁력이 높다. 인도시장에서 경쟁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신형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 모디 정부의 수입품 규제 강화, 국내 제품 우선 조달 정책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도 인도 진출의 리스크 요인"이라고 꼽았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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