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트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
최적 레시피 찾는 AI와 자동화 로봇 결합
삼겹살부터 떡갈비까지…만능 그릴 요리사
AI표 짜파구리로 주목…내년 북미 진출
마이야르 반응(고온에서 고기의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나타나는 화학반응으로 특별한 풍미가 나타남)으로 생긴 얇은 갈색 띠가 고기를 감싼다. 스테이크를 썰자 바깥부터 안쪽까지 균일하게 연한 분홍빛을 띤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수비드 방식(밀폐된 봉지에 넣고 정확하게 계산한 온도의 물로 천천히 가열하는 조리법)처럼 열이 고르게 번져야 볼 수 있는 빛깔이다. 고기를 한입 먹으니 고소한 기름 맛이 가득 퍼진다. 두툼한 두께에도 부드럽게 씹힌다. 별 다섯개를 주고 싶은 이 스테이크를 구운 셰프는 다름 아닌 인공지능(AI). 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이 그릴 요리에 특화한 AI 솔루션이다.
"요리는 과학이다"
정현기 비욘드허니컴 대표는 "요리는 과학"이라는 철학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맛을 수치화하면 최적의 레시피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음식 맛은 셰프의 손과 감에 의존하는 영역이라 오히려 기술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메인 메뉴는 불에 굽는 그릴 요리로 정했다.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대중적인 조리법이다. 그릴 요리를 정복하기 위해 조리 중 실시간으로 음식의 맛을 수치화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우선 분자 센서로 맛있는 요리의 마이야르, 육즙 손실, 지방 상태 등을 수치화했다. 이와 동일한 맛을 내기 위해 AI에 조리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그러나 조리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실제로 요리를 해야 데이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 대표는 데이터 수백개로 학습하는 경량화 모델을 설계했다. AI로 최적의 레시피는 찾은 후에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머릿속에 레시피가 있어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회사가 자동으로 고기를 굽는 로봇 '그릴 X'를 개발한 이유다. 정 대표는 "삼성리서치 출신들이 뭉친 회사라 AI 모델 설계부터 로봇 조립까지 직접 했다"며 "그릴 X로 셰프급 요리를 자동화하고 조리 시간은 절반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집집마다 AI 셰프 공급 목표
비욘드허니컴은 구독형으로 그릴 X를 공급하고 있다. 네이버, 네오위즈 등 기업 구내식당, 아파트 입주민 급식부터 안다즈 호텔 다이닝 서비스까지 맡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사가 늘었다. 삼겹살 구이 프랜차이즈 하남돼지집을 비롯해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떡갈비 식당과도 AI 셰프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음식점만의 고유한 맛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AI가 전통의 맛까지 구현하는 것이다.
다음 스텝은 미국 시장 진출이다. 그릴 요리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국내보다 13배 큰 세계 최대 시장이다. 2022년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에서 이미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기술검증(PoC) 단계 AI로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를 구현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정 대표는 "해외에선 라인쿠커(Line Cooker)라 불리는 그릴 요리사 인력난이 훨씬 심하다"며 "북미를 시작으로 호주, 싱가포르, 유럽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장기 목표는 가정용 AI 셰프를 개발하는 것이다. AI가 집에 있는 식재료를 분석해 최적의 레시피로 구워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더 많은 조리 데이터를 확보하고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게 필요하다. 정 대표는 "집 냉장고에 하루 보관한 고기와 나흘 된 고기로 만들 수 있는 최적의 메뉴나 조리법은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가정의 다이닝 라이프까지 자동화해 쿠킹 AI 영역에서 글로벌 1등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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