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 경기 악화·팬데믹 이후 수요↓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LG전자 에 2년 연속 밀린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커피머신과 믹서기 등 주방용 소형 가전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주택 시장 경기가 악화하면서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 수요가 크게 줄자 수익성이 높은 소형 가전 판매에 집중해 어려운 시기를 넘어가겠다는 전략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월풀은 최근 실적 발표를 진행하면서 소형 가전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월풀은 커피머신, 믹서기, 토스터 등 주방용 가전 브랜드인 '키친에이드'를 앞세워 소형 가전제품을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 판매해 나갈 계획이다.
월풀은 이미 지난해부터 소형 가전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해왔다. 지난해 재무적으로 이 부문을 별도로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했으며, 다음 달에 공개할 1분기 실적부터 매출 등을 세부 공개할 계획이다. 짐 피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를 바꾸는 과정에 있다"며 "고성장, 고수익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월풀이 이처럼 소형 가전제품 판매에 집중하기로 한 이유는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 영향이 크다. 월풀 매출액 중 미국의 비중은 60%에 달한다. 미국 사업이 핵심인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늘었던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 가전 관련 수요가 주택 경기 악화로 급격히 줄었고 수익 타격은 불가피했다.
월풀의 지난해 매출액은 194억6000만달러(약 26조원)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매출액은 219억9000만달러로 1년 새 13% 증가했으나 이후 2년 연속 하락세를 걸어왔다. 월풀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이미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의 가전제품 사업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부분 인력 감축도 단행했다.
월풀 측은 소형 가전제품에 있어 2026년께 11~12%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풀은 소형 가전제품 시장 규모가 지난해 10억달러에서 2026년 13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체 매출액 규모를 감안하면 소형 가전의 비중은 그리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형뿐 아니라 대형 가전으로 확대해 '주방 가전'으로 보면 지난해 매출 중 비중이 22% 수준이었다.
한편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2년 연속으로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가전 1위에 등극했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액 30조1395억원, 영업이익 2조78억원을 기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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