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판매 부진·전기차 포기 등 겹악재
AI 랠리서도 소외…"영광 잃을 수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최강자인 '애플 천하'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시장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랠리에서 소외된 데다 아이폰 중국 판매 부진, 전기차 개발 포기 등 악재가 겹쳤다. 투자자들은 애플 주식 공매도를 통해 수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애플은 전 거래일 대비 2.84% 하락한 170.12달러를 기록했다.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는 한 때 169달러로 내려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부진 소식이 애플 주가를 끌어내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첫 6주간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 감소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15.7%로 4위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9%의 점유율로 2위였다. 애플은 중국 내 보조금 지급을 통해 아이폰 가격 할인에 나서고 있지만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애플은 전날에도 2.54% 하락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18억4000만유로(약 2조67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다. 이로 인해 애플 주가는 이틀 만에 5% 넘게 빠졌다.
올해 들어 애플을 둘러싼 소식은 악재뿐이다. 지난 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2월에는 10년간 공들여 온 전기차인 '애플카' 개발을 포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야심차게 내놓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에 대한 반응도 미지근하다. 무엇보다도 미국 빅테크의 성장 테마가 AI로 바뀌면서 엔비디아, MS, 메타 등의 주가는 뛰는데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은 AI 랠리에서 완전히 소외됐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애플은 올해 주가가 11.6% 하락했다. 시가총액만 3000억달러(약 400조원) 넘게 증발했다. 반면 AI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는 연초 이후 73.5% 치솟았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는 같은 기간 38.4% 급등했고 아마존과 MS는 같은 기간 각각 14.5%, 7% 뛰었다.
투자자들이 애플 주식 공매도에 나서면서 지난달에는 공매도 수익 2위 종목에 오르는 굴욕까지 겪었다. 금융정보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월 애플 주식 공매도를 통해 6억610만달러(약 8100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미국 케이블 사업자 차터 커뮤니케이션(8억16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공매도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겼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도 애플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 애플 주식 1000만주를 매도해 9억55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보유량의 1%에 그치지만 향후 추가 매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애플 주가를 끌어올릴 뚜렷한 모멘텀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젠블랫의 바톤 크로켓 애널리스트는 "애플 주가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전기차 프로젝트의 일몰, 흥미를 끌지 못하는 비전프로 출시 이후 애플은 월스트리트에서의 영광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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