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도 삭발·사직서 제출
강력한 투쟁 의지 드러내는 행위
"삭발, 대의에 대한 헌신 보여주는 방법"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보름째 계속되는 가운데 5일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삭발식을 갖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전 강원대 의대 앞에서 이 대학 교수 10여 명을 중심으로 진행된 삭발식에서 류세민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과 유윤종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부학·원장은 대학 측의 증원 규모 결정을 비판하며 머리를 밀었다.
앞서 사의를 표명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해 11월 의대정원 확대 공론화에 반발하며 관련 회의에 앞서 삭발했다. 지난해 2월에는 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국회 앞에서 야당의 간호법 및 의료인면허법 처리 강행을 규탄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서는 이 회장을 비롯해 의료연대 소속 대표들이 삭발식을 하며 결의를 다졌고, 가두 행진 등도 진행됐다. 이 회장은 2022년 12월에는 초음파기기 사용 한의사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규탄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삭발은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투쟁의 의지와 저항의 결의를 보여주면서도 결속력을 강화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삭발의 원조는 정치권이고 이후에는 각계로 퍼져나갔다. 총선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공천에 반발한 예비후보나 지지자들이 당사 앞에서 항의 차원에서 삭발하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인천에 고등법원을 설치해달라며 인천시민연합 공동대표가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참사특별법의 공포를 요구하며 삭발했다.
지난해에는 전북 지역 정치인 20여명이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대폭 삭감한 데 대해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삭발을 했다. 남원시의회와 지역인사들은 국립의전원 법률안 통과를 촉구하며 머리를 밀었다. 목포와 순천이 각각 지역구인 더불이민주당 김원이 의원과 소병철 의원은 의대 신설을 주장하며 삭발했다. 강원도에서는 강원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지역인사들이 삭발했다. 지난해 6월 원주시의회에서는 한 의원이 본회의 도중에 삭발 퍼포먼스를 하자 정치쇼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시민사회계에서는 지난해 광주 주민단체인 북구소녀상평화인권추진위원회가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결의하며,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기간 부산대병원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대표 등이 각각 삭발식을 가졌다.
영국 BBC는 2019년 ‘왜 한국 정치인들은 삭발을 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에 반대해 ‘반(反)조국’ 전선의 선봉에 서겠다며 삭발을 했고 두 명의 여성 정치인도 삭발해 화제가 됐다. BBC는 "한국에서는 항의의 일환으로 삭발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면서 "이 행위는 전통적인 유교 가르침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대의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고 진단했다. 1960~70년대에는 군사독재 정권에 항의하는 의미로 사용됐고 이제는 정치인들과 시민활동가들이 시위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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