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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사직 '의료 공백' 불똥 제약업계로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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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마취약 등 수술 관련 의약품부터 매출 감소 우려
"항암주사제 등 원내의약품 20% 공급 줄어"
동네의원 처방 만성의약품은 일시적 반사이익도

의대 증원 사태의 불똥이 제약 업계로 튀고 있다. 전공의 사직으로 전국 수련병원에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의약품 수요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궐기대회를 예고한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궐기대회를 예고한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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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만 9000명 가까운 전공의가 이탈했다. 해당 병원 전체 전공의의 90%가 넘는 숫자다. 이미 수술, 항암치료 등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 여파로 관련 의약품과 수술용 기기 등의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직격탄을 맞기 시작한 건 수술 관련 의약품이다. 수액, 마취약, 지혈제, 마약성 진통제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접수된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 사례 781건 중 수술 지연이 256건으로 가장 많다. 수액은 부피가 크고 보관, 운송 등 물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술 취소 등으로 재고가 쌓이면 제조업체 부담이 알약 등 다른 제형의 의약품보다 훨씬 크다. 마취약, 지혈제, 마약성 진통제 등의 제조·판매사는 제품 포트폴리오가 해당 품목에 집중된 제약사인 경우가 많아 의료공백으로 인한 매출 감소의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전공의 사직 '의료 공백' 불똥 제약업계로 튄다 원본보기 아이콘

원내처방 의약품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처방의약품 매출 감소 폭을 최대 20%가량으로 각오하는 가운데 특히 원내의약품은 감소 폭이 3분의 1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외국계 제약사 항암제 영업 담당자는 "서울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공급되는 항암주사제 공급량이 바로 줄기 시작했다"며 "수가가 비싼 품목인 만큼 상황이 길어지면 매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사와 약국·병원 간의 고리 역할을 하는 의약품 유통 업계는 이미 직접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병원은 환자가 줄고, 약국은 재고 관리 문제로 발주를 줄이면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의약품 도매업체 관계자는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래 파업마다 비슷한 상황"이라며 "현재 수치상으로 20%가량 공급 감소가 보인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병원에서 수술 직후 환자임에도 빠르게 퇴원시키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며 "원내 처방을 중심으로 공급이 많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만성질환 제품군은 단기 특수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예컨대 병원에서 한 달 주기로 처방하던 고혈압약을 외래진료 횟수를 줄이기 위해 2~3개월로 처방 간격을 늘리면 매출이 일시적으로 늘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병원급을 찾던 경증 만성질환자들이 동네의원 등으로 이동하면 1차 의료기관 매출은 증가할 것으로도 분석된다. 순환기 의약품 영업 관계자는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 만성질환약은 장기처방하게 될 것"이라며 "먹는 만성질환약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셈인 만큼 장기적 실적은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의약품뿐 아니라 수술 관련 의료용품 업계도 주문이 줄면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빅5' 병원 중 세 곳에 척추관절 수술 관련 소모성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S사 대표는 "한두 달은 버틸 수 있어도 수술 중단이 석 달을 넘어가면 회사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술 관련 치료제 업체 관계자는 "전국 종합병원에서 동시에 수술이 줄면서 즉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원래 전공의가 없는 중소 병원 공급을 늘려가면서 상황이 회복되기를 기다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전공의 사직 사태가 어느 정도 이어지느냐에 따라 관련 업계가 받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임상시험을 통한 신약 개발까지 지연되는 등 국내 제약업계 경쟁력 자체가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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