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 거세지만 물갈이는 '소폭'...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인선 마무리
4대 금융 사외이사 확대
여성 사외이사 30% 넘어
대부분 연임하며 물갈이는 '소폭'
4대 금융지주회사(KB·신한·하나·우리) 사외이사 인선 작업이 마무리된 가운데, 각 사가 여성 사외이사를 확대하면서 금융지주 이사회에 여풍(女風)이 거세졌다. 다만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잇단 책임론에도 전체 사외이사 물갈이 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 사외이사 확대
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회사 이사회는 이달 열릴 주주총회에 선임안을 올릴 신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작업을 마무리했다. 4대 금융을 통틀어 기존 사외이사 중 7명이 사의 또는 임기 만료로 물러나고, 9명의 인사가 신규 추천됐다.
KB금융은 임기가 만료된 김경호 이사회 의장이 물러나고,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신한금융에선 이윤재 사외이사가 사의를 표명했고, 성재호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와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가 신규 후보로 추천되며 결원을 채웠다.
하나금융에선 3명의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로 회사를 떠날 예정이며, 주영섭 전 관세청장, 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 대표이사, 윤심 전 삼성SDS 클라우드사업부 부사장,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4명이 신규 선임돼 사외이사 수가 8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우리금융 역시 송수영 사외이사가 떠난 자리에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 2명이 신규 추천돼 사외이사 수가 6명에서 7명으로 늘게 됐다.
금융지주회사들은 이번 신규 추천으로 사외이사 숫자도 확대했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1인을 더해 사외이사 정원을 8명에서 9명으로 늘렸다. 우리금융도 6명에서 7명으로 1명 증원됐다. KB금융은 7명, 신한금융은 9명을 유지한다. 이로써 4대 금융의 사외이사 숫자는 종전 30명에서 32명으로 2명 늘게 됐다.
금융지주회사들이 이사회 확대에 나선 것은 감독당국이 지난해 말 마련한 '은행 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이하 모범 관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각 금융지주 및 은행은 주주총회 직전까지 모범 관행에 따른 이행계획(로드맵)을 수립해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해당 모범 관행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은행권의 이사회는 평균 7~9명 수준으로 13~14명 수준인 글로벌 주요 은행과 적지 않은 격차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사외이사 1인이 담당하는 소관 위원회도 국내는 최대 6개, 해외는 최대 4개로 전문성 발휘에도 영향을 준다는 게 감독 당국의 설명이다.
여풍(女風)당당…여성 사외이사 비중 30%
이와 함께 금융지주회사들은 여성 사외이사를 큰 폭으로 확대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송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여성 사외이사가 윤재원·김조설 이사를 포함해 총 3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총 32명 중 10명(약 31.3%)으로 여성 비중이 30%를 넘었다. 기존에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 사외이사가 1명에 불과했지만,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여성 사외이사를 각각 2명으로 늘리면서 여성의 비율이 높아졌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여성 사외이사를 2명으로 늘렸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를 8명에서 9명으로 확대했는데, 신임 사외이사에 여성인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올리면서 여성 사외이사가 기존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까지 포함 총 2명으로 늘었다.
우리금융 역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높였다. 이은주 교수와 박선영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추천했는데, 이 2명 모두 여성이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기존 6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고 여성 역시 2명으로 늘어났다.
KB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여성으로 5대 금융지주 중에서 여성 사외이사 비율(약 42.9%)이 가장 높다. 이번에 권선주 이사가 중임 추천됐고, 조화준·여정성 이사까지 여성 3인 체제가 유지됐다. 여성 이사회 의장이 선출될지도 관심이다. 김경호 의장이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이사회 의장이 선출돼야 하는데, 권 이사의 경우 4년째 임기를 보내고 있고, 여성 최초 은행장을 지내는 등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NH농협금융은 이달 말 사외이사 교체건이 결정되는데, 기존 사외이사 7명 중 2명(28.6%)이 여성이다. 이번 주총에선 사외이사 수와 여성 비중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여풍 역시 모범 관행을 의식한 바가 커 보인다. 감독 당국은 모범 관행에서 글로벌 금융회사의 성 다양성이 크게 강화되고 있지만, 국내 은행의 여성 이사 비중은 약 12%에 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미국 시티은행은 여성 이사 비중이 53.8%에 달하며 웰스파고(38.5%)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35.7%) 등도 35% 수준에 달한다.
대부분 연임…물갈이는 소폭
다만 이런 흐름에도 실질적인 변화의 폭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사외이사 중 상당수가 중임 추천돼서다. KB금융의 경우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4명 중 3명은 중임 추천됐고, 신한금융 역시 퇴임하는 2명의 사외이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중임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중임 추천된 인사가 2명, 3명에 달했다.
전체적으로 이달 중 임기 만료가 도래하는 사외이사 중 상당수가 중임 추천되는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 이사회 체계는 사모펀드, 외국인 등 대주주들이 사외이사를 각기 추천하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구조여서 급격하게 구성을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사회 구성이 교수·연구원 등 학계 출신이 여전히 많이 포진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신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 9명 중 학계 출신은 여전히 4명(약 44.4%)으로 가장 많다. 임기 만료로 회사를 떠나는 사외이사 7명 중 4명(약 57.1%)이 학계 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별다른 변화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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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최근 사외이사 구인난을 호소하기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 당국 차원에서 사외이사의 역할 및 책임을 크게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후보군으로 불릴 만한 이들이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교수, 법조인 등 기존 풀 내에서 새 후보를 찾을 수밖에 없는 측면도 크다"고 전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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