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저출산에도 '부작용' 우려에 속도 못내
풀어야 할 문제 첩첩산중인데…청사진 없는 정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출산율 반등에 유의미한 효과를 주려면 이용률을 높여야 하는데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감하게 정책을 도입하자니 부작용이 우려되고, 시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관계 부처에서는 ‘시범사업을 지켜보자’라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데려오려는 배경에는 절체절명의 저출산이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4분기 0.65명, 연간 0.72명으로 통계집계 이래 가장 낮았다. 원인으로 여성의 가사·육아부담이 거론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고용노동부는 곧바로 비전문취업(E-9) 비자에 ‘가사·돌봄서비스업’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시범적으로 서울시가 고용부와 함께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심각한 저출산에도 '부작용' 우려에 속도 못내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먼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다른 나라에서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는 게 근거다. 홍콩이 대표적이다. 스즈키 아야 일본 도쿄대 국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3월 홍콩 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한 가정은 아이가 0.34명에서 0.6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리아트 라즈 유로비치 히브리대 교수도 1990년대 독일을 분석한 결과에서 ‘가사노동을 외부에 맡긴 여성이 둘째를 더 많이 낳았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가사노동자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으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육아도우미는 2017년 18만6000명에서 2022년 10만7000명으로 7만9000명(42.4%) 줄었다. 게다가 고령화 현상으로 종사자 90% 이상이 50대 이상 고령층이다. 수요·공급 미스매치(불균형)가 심화하면서 아이 돌볼 사람을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가장 큰 숙제는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용하도록 유도하느냐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한 가구에서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전반적인 이용률이 떨어지면 국가 전체 출산율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싱가포르는 1978년 제도를 도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당시 1.9명에서 2022년 1.04로 떨어졌다. 홍콩 역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허용한 1973년 신생아가 8만3000명 정도였지만, 2022년 3만2500명으로 떨어졌다. 196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전반적인 출산율 하락을 막지는 못한 셈이다.
무작정 제도를 도입하면 한국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모 대부분이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근로시간과 돌봄시간 중 무엇을 보장하는 게 중요한지 물었다. 일하는 양육자의 경우 돌봄서비스보다는 일하는 시간을 조정해 자녀를 직접 돌보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위원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라는 정책의 방향성이 국민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이유다.
정부가 심각한 저출산 현상에도 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못하는 것도 부작용 때문이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국민의 태도를 바꿔야 하는데,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다 반발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영어를 쓰는 도시국가인데 한국은 자체 언어만 사용하는 나라로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무작정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들여왔다가 불법체류나 예상치 못한 범죄로 이어질 위험도 있어서 여러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풀어야 할 문제 첩첩산중인데…청사진 없는 정부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도 정책 이용률을 낮추는 원인이다. 현재 입주형 내국인 가사관리사는 350만~450만원, 중국 동포 가사관리사는 250만~350만원에 달한다. 만약 올해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해도 206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2022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월급이 351만원인 걸 고려하면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의 소득을 고스란히 써야 한다. 통근형 가사노동자를 고용해도 마찬가지다. 통상 최저임금의 1.5배를 내야 하는데, 서울 기준으로 시간당 1만5000원에서 2만원을 내야 고용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중위소득 30~40% 수준으로 비용이 떨어졌을 때 가사노동자 수요가 늘어났다.
한국도 비용을 낮추려면 차등임금을 적용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협약 111호를 통해서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국에 따라 고용제도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ILO는 2011년부터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도 찬성표를 던진 만큼 차등임금제를 도입하면 국제 룰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숙식 제공 등 지원을 임금으로 반영해 실제 월급을 감액하면 협약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오지만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일부 보전하는 방안이 있는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전망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중위소득 150% 이하인 임산부와 맞벌이 다자녀 가구에 가사서비스를 지원했다. 1만3000가구 대상, 가구당 6번(1회 4시간)으로 이용조건을 크게 제한했는데도 32억원이 들었다. 각종 지원시설까지 감안하면 비용은 더 불어난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숙소비와 교통비 등을 부담하기로 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100여명 규모인데 추가경정예산(추경) 1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정부도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시범사업이 끝난 후 어떤 방식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할지, 정부 지원은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청사진도 마련하지 못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이용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아직은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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