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앱 시장서 네이버웹툰 등 절반 이상 점유
웹툰 작가 지망생 위한 쉐어하우스도 오픈
세계 만화시장을 좌우하던 ‘만화 천국’ 일본 만화계에서 한국 웹툰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일본 주간지 플래시(FLASH)는 지난 2일 “웹툰의 강세로 만화 강국 일본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면서 일본 만화 앱 시장에서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인 라인망가와 카카오픽코마(구 카카오재팬) 점유율이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플래시는 웹툰의 인기 요인으로 직관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 만화의 경우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역 Z자를 그리며 읽어야 하는 독특한 문법으로 인해 스마트폰으로 보기 어렵다. 반면 웹툰은 화면을 확대하지 않고 위아래로 스크롤을 하는 것만으로 직관적으로 소비할 수 있어 폭넓은 국가에서 쉽게 통용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웹툰 열풍은 웹툰 작가 지망생 증가로도 직결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일본 소비자 동향 조사업체 MMD연구소가 최근 1년간 만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13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46.8%(이하 복수 응답)는 이 기간에 ‘세로 읽기 만화’, 즉 웹툰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전통적인 ‘가로 읽기 만화’를 만들었다는 응답(50.8%)에는 미치지 못하나, 일본에서 출판만화가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또 가로 읽기 만화를 만든 경험이 있는 창작자 중 58.9%는 “향후 웹툰을 만들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일본 내에서 웹툰 시장이 성장했고, 신인 작가의 경우 웹툰 쪽이 데뷔와 홍보가 수월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출판만화의 경우 잡지에서 연재하려면 유명 출판사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웹툰은 아마추어 플랫폼 등을 통해 곧장 독자에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세를 반영해서,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들이 많이 거주해서 일명 ‘만화의 성지’로 알려진 도쿄도 토시마구에는 지난해 2월 웹툰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셰어하우스가 일본 최초로 생겼다.
‘만화장’이라는 이름의 이 셰어하우스는 8개의 개인실로 구성됐고, 내부에는 웹툰 작업을 위한 태블릿 단말기와 책상 등이 마련돼 있다. 1년의 입주 기간 웹툰 작가로 데뷔하게 되면 수입의 일부를 시설에 환원한다. 다만 데뷔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셰어하우스 입주를 위한 경쟁도 높은 경쟁률의 기능 심사를 통과해야 입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래시는 전국의 작가 지망생이 모이는 교토 세이카대 만화학부에서도 웹툰만 보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교의 구본원 강사는 “교수진은 일본 만화를 제대로 읽으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이미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가르침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플래시는 “그간 일본 산업계는 강점이었던 TV와 반도체에서 이웃나라(한국)에 밀려 쓴맛을 봤다”며 “만화도 언젠가 한국에 밀려날 것인가?”라고 자문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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