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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가 없어" 120년 가업 폐업 결정한 80대 사장님의 한숨[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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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째 가업 이어온 마쓰이 토시오씨
상사 근무 경력 살려 해외진출 이끌어
군마현 나서 후계자 모색

일본은 장인 정신의 나라로 유명하죠. 가업을 몇 대가 이어가는 곳도 많아 백년가게도 참 많은데요. 그러나 최근 이러한 분위기도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일본에서는 6대째 가업을 이어온 유명 머플러 공장 사장님이 폐업 결정을 내려 언론에 보도됐는데요. 스페인 거래처와 유창하게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는 80대 사장님으로 유명해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오늘은 군마현 머플러 공장 '마쓰이 니트 기술연구소'의 마지막 사장, 마쓰이 토시오씨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기계 앞에서 폐업을 결단한 이유를 설명 중인 마쓰이 토시오 사장.(사진출처=ANN)

기계 앞에서 폐업을 결단한 이유를 설명 중인 마쓰이 토시오 사장.(사진출처=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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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마쓰이씨는 군마현의 머플러 공장을 이어받은 6대 사장입니다. 메이지 시대, '직물의 마을'로 유명한 군마현에서 머플러를 제조하기 시작해 계속 후대가 가업을 계승해왔죠. 독자적인 세로짜기 기술을 계속 고집해 일본 안팎에서 러브콜을 받는 인기 업체였습니다. 전쟁 물자를 만든다며 공장 기계를 다 빼앗겨 문을 영영 닫을 뻔했던 적도 있는데, 마쓰이씨 어머니가 이를 살려 형과 지금의 마쓰이씨가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마쓰이씨는 1966년 교토외국어대 스페인어학과를 졸업해 상사에서 근무하던 촉망받는 직장인이었는데요. 회사 생활을 포기하고 형과 함께 공장을 지키기로 결심합니다.


1959년산 기계를 버리지 않고 계속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좋은 최신 기계로 바꾸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이 거리에서 고속 기계를 들이면 진동으로 이웃에 폐를 끼친다. 우리 공장은 길거리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옛 기계는 개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더 편리하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업체들이 신식 기계를 도입할 때 60년 동안이나 같은 기계를 고집하면서 오히려 이곳만의 특징을 고스란히 지켜낼 수 있었죠.

마쓰이씨가 기계를 살펴보러 가고 있다.(사진출처=ANN)

마쓰이씨가 기계를 살펴보러 가고 있다.(사진출처=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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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2000년대 초반부터는 상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생산한 머플러를 해외에 소개하는 역할도 시작합니다. 해외 여러 미술관이나 박물관과도 거래를 트죠. 특히 스페인 마드리드의 국립 프라도 미술관과도 머플러를 납품하는데, 거래 때도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사용한다고 합니다. 독특한 색감을 찾기 위해 시간이 있을 때마다 미술관을 가고, 길거리에서도 예쁜 간판이 있으면 이것을 참고해 많은 조합을 끌어냈다고 하는데요.


백년대계 가업에 본인의 경험을 접목해 현명하게 사업을 이어나가면서 미국 뉴욕의 한 미술관에서 5년 연속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히로시마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기념품으로 오르는 등의 성과를 이룹니다.


일에 대해서라면 무한한 열정을 보여주던 그였지만, 결국 공장 문을 닫기로 결정해 최근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마쓰이 니트 기술연구소에서 판매하는 머플러 제품.(사진출처=마쓰이니트연구소 홈페이지)

마쓰이 니트 기술연구소에서 판매하는 머플러 제품.(사진출처=마쓰이니트연구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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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씨가 이미 80이 넘은 나이이고, 가족 중에 사업을 이어받겠다는 사람도 없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같이 일해온 종업원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마쓰이씨는 "그래도 채무도 없고 차입도 없으니 사실 매우 복된 폐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군마현에서는 같이 후계자 모색에 나서주고 있습니다. 현 웹사이트에서 후계자 구인 글을 공지하고 있는데요. 다만 기술을 습득하기까지 3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를 감내할 후계자가 나타날지의 여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마츠이씨는 덤덤하게 언론 인터뷰를 이어나갔는데요. 그는 "우리 제품은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지만, 작업은 수수하기 그지없다"며 "우리는 색채 등의 감성을 제품으로 담아내고 있는 회사다. 가능하다면 그 감성을 소중히 해 주는 사람이 이어가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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