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점령지 넓히며 확전 우려
인구·군사력 우크라에 한참 못미쳐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년을 맞아 규탄시위가 이어지고 있다.[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개전 2년이 넘어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동부전선에서 밀어내기 시작하면서 전 유럽이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인접국이자 유럽 최빈국으로 알려진 몰도바는 러시아의 직접적인 침략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몰도바 역시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이 아닌 데다 몰도바는 인구나 군사력 모두 우크라이나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소국이다 보니 러시아의 직접 침공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동부 접경지대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까지 러시아에 보호를 요청하면서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공포심도 퍼지고 있죠.
이번 시간에는 어렵게 옛 소련 붕괴 이후 독립을 쟁취했지만,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과 국권 피탈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몰도바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러에 보호 요청…"신중히 검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몰도바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네스트로비예) 지역 의회가 특별 회의를 열고 러시아에 도움을 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모습.[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몰도바 동부 접경지역이자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네스트로비예) 지역 의회에서 특별회의를 열고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이런 결의안을 채택한 이유는 몰도바 정부가 최근 관세를 이용해 경제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몰도바 정부가 올해 초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수출되는 상품에 관세를 도입하고, 몰도바 정부가 통제하는 구간을 통해서만 운송하도록 제한해 사회적·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 중이죠.
러시아 외무부는 곧장 트란스니스트리아의 구원 요청에 대해 반응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시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러시아의 우선순위 중 하나"라며 "모든 요청은 담당 부서에서 신중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강조했죠. 이에 따라 러시아의 침공이 실제 개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로마·훈족·헝가리·몽골·오스만터키·러시아…셀 수 없이 바뀐 주인
한 나라 안에서 이렇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치하고 있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이러한 기현상은 복잡한 몰도바의 역사가 빚어놓은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몰도바는 과거 루마니아와 역사를 공유하는 지역으로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에 다키아라고 불렸던 지역의 일부입니다. 로마의 지배 이후 고트족, 훈족, 아바르족, 불가르족, 마자르족, 쿠만족, 루스족 등 매우 다양한 종족들이 이곳을 침공했다가 다시 지나가곤 했죠. 13세기에는 몽골의 침략도 받은 적이 있다는데요. 우크라이나에서 서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지역이기 때문에 이처럼 수많은 민족이 오고갔습니다.
이후 1359년, 오늘날 루마니아의 전신이 되는 국가로 알려진 몰다비아 공국이 설립되면서 루마니아와 몰도바에도 민족 정체성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몰도바라는 국명도 이 몰다비아 공국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죠.
그러나 16세기 초, 오늘날 튀르키예의 전신 국가인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침공을 받아 오랫동안 지배를 받게 됩니다. 이후 18세기로 넘어가면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약화되자, 과거 몰다비아 공국 영토는 오스트리아 제국과 러시아 제국에 의해 분할이 됐죠. 이 중 현재 몰도바 지역은 러시아의 지배하에 들어갑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몰도바는 1917년, 1차대전 와중에 러시아로부터 독립해 루마니아 왕국과 합쳐지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1944년, 2차대전 와중에 다시 소련에 함락되는데요. 이후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다시 루마니아와의 통일을 논의했지만, 양국 모두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통일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홀로 독립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루마니아와 달리 러시아의 지배가 오랫동안 이어진 몰도바에는 상당수의 러시아인들이 이미 살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들은 동부 접경지대에 친러 분리주의 정권을 수립하고 몰도바 정부에서 또 따로 떨어져 나가게 됐죠. 이곳이 바로 트란스니스트리아입니다. 러시아군은 약 1500여명이 몰도바로부터 이곳의 독립을 지켜준다며 주둔까지 하고 있죠.
몰도바 상비군 7500명 수준…예비군 소집도 어려워
지난해 11월, 몰도바군이 독일에서 지원한 장갑차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몰도바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기갑전력이 거의 없으며, 상비군도 75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원본보기 아이콘이처럼 복잡한 몰도바의 역사가 만든 트란스니스트리아 분쟁은 유럽의 고민거리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주둔한 러시아군 전력이 결코 만만치 않은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점점 우크라이나를 밀어내면서 몰도바 접경지역까지 점령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죠.
풍전등화에 놓인 몰도바는 유럽 각국에서 군사 지원을 준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이전 인구가 4000만명을 넘고 상비군이 20만명에 달하는 전력을 갖춘 국가였지만,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전력을 가진 나라에 불과합니다.
세계은행(WB)이 2021년 기준으로 집계한 몰도바의 인구는 261만명 정도로 우리나라 예비군보다도 숫자가 적습니다. 상비군은 7500명밖에 되지 않죠. 재정난에 옛 소련제 탱크도 모두 폐기된 상태고, 수십여대의 장갑차와 대포를 가진 것이 전부입니다. 또한 유럽의 최빈국이라 일컬을 정도로 경제난도 극심해서 전쟁을 오래 끌고 갈 여력도 없는 상황이죠.
정말로 러시아가 확전에 나설 경우, 과연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몰도바가 러시아에 함락되면 사실상 형제국가나 다름없는 루마니아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칫 나토와 러시아 간 직접 충돌이 실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몰도바가 과연 국권수호에 성공할지 여부에 따라 유럽의 안보환경도 크게 달라질 전망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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