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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토크]인공위성 수백개로 우주에 데이터센터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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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장치 탑재한 인공위성
연결해 '데이터센터'처럼 기능
지연 한계 해결할 실용적 발상

황당무계한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일부 기업 국가들이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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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주 데이터센터'란 액면 그대로 우주 공간에 거대 데이터센터 건물을 쏴 올리는 개념은 아닙니다. 대신 '컴퓨터'를 실은 수십, 수백 개의 인공위성으로 마치 데이터센터와 유사한 기능을 발휘하게끔 하는 겁니다.

컴퓨터 탑재한 위성들이 서로 교신하면…

우주 인터넷 위성 스타링크 [이미지출처=스페이스X]

우주 인터넷 위성 스타링크 [이미지출처=스페이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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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의 종류는 페이로드(payload)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성능 카메라나 레이다(RADAR)를 탑재하면 지구 촬영 위성이고, 원자시계를 달면 GPS 위성이며, 통신 장치가 들어있으면 통신 위성이 되는 거죠. 그렇다면, 데이터센터의 주요 구성품인 프로세서, 메모리 등 컴퓨터 장치를 실은 인공위성은 '우주 데이터센터'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인간이 지구 궤도에 띄울 수 있는 인공위성의 크기, 무게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 대의 위성에 탑재할 수 있는 프로세서나 메모리의 양도 정해져 있습니다.


대신 우주 데이터센터는 위성-위성 통신 기술로 체급의 한계를 극복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도입되기 시작한 위성 간 레이저 통신 기술은 데이터를 레이저 형태로 바꿔 위성끼리 교신하게 해줍니다. 전파 통신보다 훨씬 빠를 뿐만 아니라 거대한 데이터를 한 번에 쏘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프로세서 위성, 메모리 위성, 데이터 노드 위성들을 한데 묶으면 지구 궤도를 도는 데이터센터가 되는 겁니다.

지연 문제 해결할 실용적 솔루션

일본 통신 기업 NTT의 우주 데이터센터(Space data center) 구상도. [이미지출처=NTT 홈페이지]

일본 통신 기업 NTT의 우주 데이터센터(Space data center) 구상도. [이미지출처=NTT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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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부 기업은 우주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통신업체 중 하나인 NTT가 대표적입니다. 2022년 컴퓨터 위성, 메모리 위성, 레이저 통신 위성을 한데 묶은 '우주 데이터센터'를 오는 2025년까지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요.


우주 데이터센터에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우주 통신 기술의 한계와 연관돼 있습니다. 오늘날 위성 지도 등 인공위성과 관련된 서비스는 제법 많아졌지만, 아직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위성 통신의 근본적 한계, '지연(latency)' 때문입니다.


인공위성은 탑재 센서로 정보를 수집한 뒤, 그 정보를 전파로 바꿔 지상 중계국에 쏩니다. 이후 중계국이 전파를 다시 이미지 데이터로 프로세싱한 뒤 다운로드받아야 우리가 아는 '위성 이미지'가 됩니다. 해당 과정은 위성과 지상 사이의 거리, 데이터 크기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지만, 통상 적게 걸려도 30분, 오래 걸리면 수시간 이상 소요됩니다.


위성이 수집한 정보와 그 정보를 우리가 직접 이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갭이 위성 서비스의 본격적 상용화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위성이 수집한 정보를 우주에서 근처 다른 위성을 통해 프로세싱하고, 데이터를 저장하고, 심지어 인공지능(AI)으로 정보 분석까지 한 뒤 '완제품' 데이터만 지상으로 쏘아 보낼 수 있다면, 지연은 극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자칫 '우주 무기화'의 첫걸음 될 위험도

미 방산업체 '노스럽 그루먼'의 미사일 추적 위성 군집망은 우주 데이터센터 기술을 응용한 사례다. [이미지출처=노스럽 그루먼]

미 방산업체 '노스럽 그루먼'의 미사일 추적 위성 군집망은 우주 데이터센터 기술을 응용한 사례다. [이미지출처=노스럽 그루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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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데이터센터는 매우 유용하겠지만, 양날의 칼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 군사용으로 쓰일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미군, 영국군 등 선진 군대는 위성 감시 자산에 '우주 데이터센터' 개념을 시범 도입 중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우주개발국(SDA)은 저궤도 감시 위성 100여기가 직접 위험 지역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아군에 전달까지 해주는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유사한 개념인 영국군의 14억파운드(약 2조4000억원)짜리 감시 위성 구축 프로젝트 '아이스타리(ISTARI)'는 수십 기의 인공위성에 온 보드 데이터 프로세싱(on-board processing) 기능을 통합하고, 심지어 지상 사령부에 레이저를 쏴 신속 전달하는 개념으로 개발 중입니다.


지연 문제 때문에 기존 군대의 위성 감시 능력은 어느 정도 제한적이었습니다. 위성 이미지를 수 시간에 한번씩만 갱신할 수 있다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때엔 무용지물이니까요. 하지만 우주 데이터센터의 프로세싱 능력으로 뒷받침된 위성 감시 기술은 0.5m급 해상도의 풀 컬러 영상을 군인들에게 전송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구 궤도를 도는 모든 위성은 사실상 '위협'으로 인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의 지대공 미사일. 중국, 러시아는 인공위성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체계를 의욕적으로 개발 중인 국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중국의 지대공 미사일. 중국, 러시아는 인공위성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체계를 의욕적으로 개발 중인 국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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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세력은 이를 빌미로 우주 공간을 '무기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에선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고고도 미사일인 'ASAT(Anti-SATellite Weapons·대위성 무기)'을 공공연히 테스트 중입니다. 자칫 우주 경제가 제대로 꽃피기도 전에 지구 궤도가 전쟁의 겁화에 휩싸일 수도 있는 셈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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