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동물원서 펼쳐진 구출작전…'갈비사자' 부녀 재회한다

청주동물원 협조로 건강검진·동물 이송 추진
학대 논란에 거처 옮겼던 사자, 딸 재회 전망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비판을 받다 결국 지난해 11월 말 문을 닫은 부경동물원에 남아있는 동물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송되기로 했다.

건강검진 받는 부경동물원의 백호랑이. [이미지출처=김해시]

26일 경남 김해시는 영업을 중단한 부경동물원 동물들의 질병 상태를 정밀 진단하고, 안전한 곳으로 이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경동물원은 좁은 실내 시멘트 우리에서 비쩍 마른 채 외롭게 지내던 '갈비 사자'가 청주동물원으로 떠나기 전까지 살던 곳이다. 이번 이송에는 '갈비 사자' 바람이의 딸도 보금자리를 옮길 전망이다. 지난해 6월 공영동물원인 청주동물원으로 거처를 옮긴 바람이가 다시 딸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김해시는 지난 22일 여전히 이 동물원에 남은 백호랑이 등 15마리 동물의 질병 상태 등을 살피기 위해 청주시와 한국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 협조로 동물들의 건강 검진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청주동물원 수의사 등 4명과 수의학과 학생 8명이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다.

특히 이번 검진에서는 올 초 이 동물원에서 폐사한 수컷 호랑이와 함께 지내던 암컷 백호랑이의 건강 상태가 가장 중요했다. 검진팀은 백호랑이의 영양 상태와 질병 유무 확인 등을 위해 치아 엑스레이와 심장 초음파 등을 검사했다. 그 결과 백호랑이는 심장질환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꾸준히 투약하는 등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다.

시는 이번 검진이 끝나면 뱀을 제외한 이들을 청주동물원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부경동물원에 남아있는 동물들의 최종 분양장소가 확정될 때까지 청주동물원에서 적절한 사육과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는 부경동물원 측의 동의를 구했으며, 관계기관 간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청주동물원으로 함께 이동하지 않는 뱀 2마리는 부경동물원 대표가 대구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으로 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이르면 3월 중 동물들의 이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청주시·부경동물원·민간 동물보호단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등과 협의해 확정할 계획이다. 시는 동물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2013년 경남 유일 민간 동물원으로 설립된 부경동물원은 경영상 어려움으로 지난해 8월 영업을 중단하고 11월 등록을 취소했다. 한때 이곳에는 맹수와 대형동물 등 600여 마리가 살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었고 결국 지난해 '갈비 사자' 논란 등으로 폐업했다. 일찍이 청주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던 바람이는 이제 살집이 제법 붙은 건강한 모습으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