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도 논의되고 있는 '이중 가격제'
내국인과 외국인에 가격 차별 적용
일본 유명 관광명소에서 시킨 라멘 한 그릇. 관광객인 나는 옆에 있는 일본인 가족보다 두 배 더 높은 가격을 내고 사 먹어야 한다면?
일본 내에서 이른바 '이중 가격제(double-pricing)'가 논의되면서, 일본 관광 산업의 '큰손'으로 부상한 국내 소비자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중 가격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용역, 재화 등에 치르는 가격에 차별을 둔 것으로, 주로 관광업이 발달한 국가에서 발견되는 정책이다.
싱가포르·유럽 등 관광 대국선 이미 도입
언뜻 불공평한 정책으로 보이지만, 일부 관광 도시들은 일찍이 이중 가격제를 도입해 왔다. 싱가포르,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그렇다. 이들 나라의 유명 관광지는 해마다 해외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수백만명의 관광객들로 혼란을 겪고 있다. 관광객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동시에 도시 기반 시설에 부하를 준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나 베네치아 같은 곳에선 내국인 외국인 공공 교통 요금이 다르다. 관광객에 더 많은 공공요금을 내게 해 기반 시설 운영 자금을 대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중 가격제는 해외에선 '가격 차별제(pricing discrimination)'라는 용어로 더 자주 쓰인다.
동남아는 '비자발적' 형태로 이중 가격 고착
비자발적인 형태로 형성된 가격 차별도 존재한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관광 국가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은 현지인보다 더 부유한 경우가 많으며, 한 번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가능성이 높다. 즉 '구매력'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특히 동남아 개발도상국 현지인들의 경우 유럽 국가보다 관광객과 현지인 사이 구매력 격차가 훨씬 크다.
이런 이유로 이들 국가의 관광 명소에선 암묵적인 이중 가격이 도입된다. 상인들은 현지인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지만,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외국인들에게는 훨씬 비싼 가격에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상화된 바가지는 이중 가격의 고착화로 이어진다.
물가 억눌러야 하나, 지역 경제 활성화냐
일본 일각에서 논의된 이중 가격제는 동남아식 비자발적 형태보다는 유럽, 싱가포르식 자발적 형태에 더 가까울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 최근 나가야마 히스노리 일본 료칸협회 부회장은 "싱가포르도 테마파크나 슈퍼마켓, 레스토랑에서 현지인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이중가격을 운영한다'고 했다.
또 실제 일본 전철 운영사 JR 그룹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에 판매하는 JK철도패스 7일권 가격을 2만9650엔에서 5만엔으로 69% 인상했다. 해당 조처는 급락한 엔화 가치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본에서도 이미 가격 차별제는 시작됐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다만 이중가격·가격차별제는 본질적으로 관광 산업을 다소 희생해 내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독일의 관광 관련 분석 법인 '리전도(Regiondo)'는 유럽 가격 차별제의 사레를 분석해 "지속 가능한 관광 산업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하지만 가격 차별은 지속 가능한 관광을 저해한다"라며 "관광객에게 물린 추가 가격이 정부를 통해 다시 지역 경제로 환원될 거라는 증거는 없다"고 경고했다. 이중 가격의 광범위한 도입이 자칫 일본 관광 산업은 물론 지역 경제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일본의 관광 산업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모멘텀'을 얻은 상황이다. 현재 엔화 환율은 100엔당 885.1원에 불과하다. 한국 관광보다 일본 관광이 더 저렴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수준이다. 일본정부관광국 집계를 보면 지난해에만 외국인 2506만6100명이 일본을 방문했으며, 전체 관광객 중 4분의 1은 한국인이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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