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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 트래블]구불구불 달동네 파스텔톤으로 칠하니 관광 대박…'부산의 마추픽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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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파스텔빛 미로의 마추픽추 '부산 감천문화마을'
골목 곳곳, 70여개 예술작품 눈길 사로잡아
최근 과잉관광으로 몸살…자구책 마련에 주력

험준한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이란 점에서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페루의 '마추픽추'와 많이 닮아있다. 마추픽추는 잉카제국 멸망 이후 사람들에게 잊혔다가 수백 년 뒤에 폐허로 발견돼 관광지로 명성을 얻었고, 감천문화마을은 쇠락한 산비탈 마을 구석구석에 파스텔톤 색을 입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변신해 지역의 명소로 거듭났다. 처마산과 옥녀봉 사이, 극심한 경사도를 자랑하는 산비탈에 채 10평도 안 되는 판잣집과 움막이 모여 어떻게 마을을 형성했고, 또 세월이 흘러 어떤 연유로 도시재생 우수 사례로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감천문화마을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전경. [사진제공 = 부산관광공사]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전경. [사진제공 = 부산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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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40여가구가 살던 작은 마을 부산시 사하구 감천2동의 옛 이름은 감내(甘內)이며, 감(甘)은 '검'에서 온 것으로 '검'은 '신'(神)이란 뜻이다. 물이 좋아 감천(甘泉 또는, 甘川)이라 불렸다고도 전해지나, 검내의 오기라는 말도 있고 고인돌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선사시대부터 부족사회 권력자가 살았던 지역으로 소도(蘇塗)와 같은 신역(神域 : 聖域)으로 추측된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몰려들고, 인근 보수동 대형화재로 1955년 집단 이주가 진행되면서 오늘과 같은 대규모 마을이 형성된 마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모든 길은 통해야 하고, 앞집은 뒷집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길을 내고 집을 지어 오늘까지 질서정연한 골목과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모여든 탓에 삶의 질은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세월이 흐르며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1980년 2만5000명이 넘었던 감천동 지역 인구는 2010년 9400명으로 삼 분의 일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형 특성상 재건축이나 재개발 또한 쉽지 않았고,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마을에는 점차 빈집이 늘어갔다. 쇠락한 마을은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며 점차 황폐해져 갔다.


마을의 위기를 두고 볼 수 없던 주민들의 노력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동 미술 사업인 '마을 미술 프로젝트' 대상에 선정되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예술가에게는 창작활동 기회를, 주민에게는 미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의 담과 골목 곳곳에 10점의 조형예술작품이 설치됐다.

감천문화마을의 명물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감천문화마을의 명물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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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엔 마을의 빈집 여섯 곳을 사진 갤러리 등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골목에 다양한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뒤이어 2012년에는 '마추픽추 골목길 프로젝트'를 통해 세 곳의 빈집에 문화시설과 예술작품이 설치되면서 오늘날 감천문화마을의 상징이 된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가 탄생하게 됐다.


현재 감천문화마을에 설치된 예술작품은 총 70여개에 달한다.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산비탈 달동네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화려하게 변모하자 자연스럽게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빈집들은 창작공간과 갤러리로 새롭게 탈바꿈하면서 문화마을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사업이 시작된 2011년 2만여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은 2019년 308만명을 넘어서며 폭발적 관심도를 입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주춤했던 관광객은 2022년 175만명이 방문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 특히, 이 중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전체 60%에 달해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색 명소로 평가받았다. 관광객이 몰려들자 마을에서는 주민들로 구성된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가 운영하는 공동체 사업장을 출범했다. 총 11곳이 운영 중이며 매출액은 약 16억원에 달한다. 수익금은 전액 마을 발전기금으로 주민에게 환원해 마을 생활 개선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의 야경.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감천문화마을의 야경.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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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 재생의 성공사례로 손꼽혀온 감천문화마을이지만, 주민이 사는 주거지역이 한순간에 여행의 메카가 된 탓에 최근에는 과잉관광으로 인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하구청에 따르면 감천문화마을 주민 수는 재생 사업 초창기인 2010년 3161명에서 2022년 1558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전국적으로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있고, 원도심이라는 특성을 고려해도 너무 빠른 속도다.


앞서 2020년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천문화마을이 하루에 수용할 수 있는 적정 관광객 수는 2601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성수기에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약 5000명, 성수기인 7~8월에는 하루 평균 약 7000명이 마을을 방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잉관광 문제가 지속해서 대두되자 마을에서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익 환원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마을 통행 버스 증편, 관광버스 주차장 확보 등을 지자체에 요청하고 있다.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시대에 소비 인구 증가를 위한 관광산업 활성화를 추진하는 많은 지역에 감천문화마을은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사람이 떠나가던 쓸쓸한 달동네가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관광지로 변모한 사례,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침해하는 과잉관광 문제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는 현 상황까지. 그런 풍파 속에도 감천문화마을은 늘 그렇듯 한결같은 모습으로 처마산 아래에 우뚝 서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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