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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복되는 보험사 절판마케팅, 당국도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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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에 절판마케팅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새 보험상품의 인기가 치솟으면 금융당국이 제재를 시사하고 다급해진 보험 설계사들이 '오늘이 막차'라며 가입을 유도하는 식이다. 떴다방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비슷한 보험이 마구잡이로 출시되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이런 게 장사가 되니 너도나도 뛰어들어 생명·손해보험사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절판마케팅이 문제인 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며칠간 복잡한 상품·특약·계약정보를 꼼꼼히 체크하고 가입하려고 하면 금세 보장이 달라진 경우가 잦다. 눈여겨뒀던 상품이 곧 사라질까 봐 상품정보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보험을 덜컥 들어버리기도 한다. 절판마케팅이 횡횡하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같은 일이 보험업권에서도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절판마케팅은 업계 자성도 필요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금융당국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지난 몇년간 절판마케팅이 성행한 사례를 보면 당국의 두더지 잡기식 규제가 불을 지핀 경우가 많았다. 최근 130%대의 높은 환급률로 인기를 끈 '단기납 종신보험'이 대표적 예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이 보험을 둘러싼 과열경쟁이 발생했을 초기 5·7년 만기 해지 환급률을 100%가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후 보험사들은 만기를 10년으로 늘리고 해지 환급률을 130% 이상으로 높여 판매했다. 업계 사정이나 보험사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를 몇으로 맞추라는 식의 규제는 되레 보험사들에 절판마케팅의 빌미를 제공했다.


단기납 종신 과열경쟁은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됐을 당시부터 예견된 이슈다. 보장성보험인 단기납 종신이 IFRS17 체제에서 새롭게 등장한 수익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단기납 종신 절판을 부추긴 비과세 혜택도 기획재정부가 2017년 소득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디테일에 소홀한 결과다. 근시안적 제도 도입이 낳은 부작용은 이 외에도 많다.


금융당국은 최근 상급병원 1인실 입원비 보험금이 입원일당 60만원까지 치솟는 등 과열경쟁이 나타나자 제재를 시사했다. 아니나 다를까 일선 현장에서 곧 상품이 사라진다며 절판마케팅이 판을 친다. 한 생보사는 1인실뿐 아니라 2~6인실까지 하루 최대 5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이달 말까지 팔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가뜩이나 의료현장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입원일수를 늘리는 모럴해저드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금융당국이 이 상품의 보장액을 얼마로 맞추라는 식의 고민을 하고 있지 않길 빈다. 더이상 개별 상품을 쫓기보다는 근본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1호 영업사원이라는 얘기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금융감독원 전경.

금융감독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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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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