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경기침체에 들어선 영국의 통화정책을 이끄는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가 물가안정 목표 2% 달성 이전에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오는 6월 영국에서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일리 총재는 20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 출석해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로 돌아와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그 부분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이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BOE는 이달 초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금리를 5.25%로 4회 연속 동결했다. 이는 약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베일리 총재는 시장 전반에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서도 "불합리하지 않다(not unreasonable)"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우리는 시장의 (금리 인하) 곡선을 지지하지 않는다. 언제, 얼마나 내릴지 예측하지 않는다"면서도 "전망의 윤곽을 보면 시장의 생각이 불합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BOE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첫 금리 인하가 몇달 뒤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었다.
특히 베일리 총재는 현시점에서 금리 결정에 중요한 요소는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 목표 2%를 향해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확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시적으로 2%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직후 인플레이션이 재반등한다면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하의 전제조건으로 개별 인플레이션 지표보다 지속적인 완화 흐름이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지난달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폭은 4.0%로 시장 전망을 하회했다.
영국 경제는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뜻하는 '기술적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을 전환하지 않을 경우 경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베일리 총재는 이날 시장의 금리 인하 전망에 선을 긋지 않으면서도 "경제가 이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4분기 성장률(-0.3%)이 BOE의 예상보다 더 나빴지만 "얕은 침체" 수준이고, 최근 지표상 견조한 노동시장과 가계소득이 확인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날 골드만삭스는 BOE가 오는 6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서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BOE는 신중한 접근을 이어갈 것이라며 첫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기존 5월에서 6월로 늦췄다. 다만 금리 인하를 시작한 이후에는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큰 폭으로 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BOE가 0.25%포인트씩 5차례 연속 인하를 단행해 연말 금리가 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시장에서 연내 3차례 인하를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보다 더 매파적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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