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공급량 급증 탓…약세 지속될듯
업계 줄도산 우려…국내 투자자들도 울상
천연가스 가격이 약 30년 만에 최저치 수준까지 근접했다. 이상기후로 수요가 급감한 데다 미국의 생산량까지 급증한 탓이다. 천연가스 가격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분석에 일각에선 업계 줄도산 우려마저 쏟아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벤치마크인 헨리허브 3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 16일(현지시간) 100만BTU(열량 단위)당 1.61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한 달 새 50% 이상 급락한 가격이다. 주요 외신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수요가 위축된 2020년 중반의 단 며칠을 제외하면 1995년 이후 거래된 헨리허브 3월 선물 가격 중 최저가"라고 전했다.
유럽 벤치마크인 TTF가격도 올 들어 22% 하락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2년 여름 대비로는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메가와트시(㎿h)당 25유로에 거래됐다.
국내 투자자들도 울상이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의 2배를 추종하는 '신한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H)'은 올 들어 35.8%, 최근 한 달간 54.3% 급락했다. '미래에셋 천연가스 선물 ETN(H)'은 같은 기간 각각 19.1%, 31.3% 하락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이번 겨울 캐나다 동부·아프리카 북서부·중동·중앙아시아·유럽 대륙 남부 등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과거 평균을 웃돌았다. 유럽지구관측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13.14도로 직전 최고였던 2020년 1월(13.02도) 기록을 4년 만에 깼다. 이는 1850~1900년 1월 평균 대비 1.66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점도 가격 하방 압력을 부추긴 원인으로 꼽힌다. S&P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이 하루 1050억세제곱피트를 웃돌며 기록적인 수준을 나타냈다고 추산했다. 월간 생산량은 이달에도 작년 말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업계 줄도산 우려도 잇따른다. 천연가스 가격이 손익분기점 아래까지 근접했다는 말도 나온다. 미 텍사스 소재 컴스톡 리소스는 천연가스 시추 장비를 7개에서 5개로 줄이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배당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최근 밝혔다. 안테로 리소스도 장비 수를 3개에서 2개로 줄이고 탐사 예산을 삭감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고온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는 데다, 미국·유럽 내 재고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원자재 전문가들은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단기적으로 미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 여지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US뱅크의 찰스 맥나마라 상품 책임자는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저점에 머무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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