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노려 신뢰 형성 목적
"투자 위험 분명히 인지해야"
유튜버와 운동선수 등 국내 유명 인사들이 ‘스캠 코인(코인 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명 인사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개인 투자자의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연예인과 개그맨, 유튜버 등이 스캠 코인 의혹이 불거진 ‘위너즈 코인’ 관계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구독자 10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오킹(본명 오병민)은 “위너즈에 투자한 적은 있으나 암호화폐 사업은 어떤 구조인지 알지 못한다”며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아이돌 그룹 ‘레인보우’ 멤버였던 조현영씨도 스캠 코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청년페이 연루설에 대해 “전혀 무관하다”면서 “청년페이가 사기와 연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천수씨 또한 자신의 이름을 건 축구화 대체 불가 토큰(NFT)을 발행한 곳이 사기 업체라는 의혹에 대해 “이벤트 기간에만 초상권을 쓸 수 있게 해줬다”고 해명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창의융합학부 교수는 “이번에 논란이 된 사건은 해당 유명 인사들과 업체 관계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으나, 유명 인사들이 등장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투자 사기에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워너비 그룹은 과거 배우 소지섭씨를 광고 모델로 섭외해 NFT를 판매해 투자자 수만명을 끌어모았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회원에게 지급하는 폰지 사기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소씨 측은 워너비 그룹에 광고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지난해에는 순식간에 시가 총액 8조원이 사라진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에서도 가수 임창정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임씨는 “나도 피해자”라며 연루설을 부인했다.
금융감독원 가상자산조사국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6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504건의 가상자산 연계 투자 사기 신고가 접수됐다. 금융당국이 이전에 집계한 가상자산 연계 유사 수신 투자 피해 신고 건수가 2021년 119건, 2022년 199건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부 투자자들이 명성이 중요한 연예인들이 투자할 정도면 ‘믿을 만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특정 연예인 등이 그들과 광고하는 것은 사적 계약이므로 그것까지 막기는 어렵지만, 개인 투자자 스스로가 코인의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하기를 권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형태의 투자 사기 범죄가 이어지자 금융당국도 소비자 정보나 투자자 유의 사항을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로운 유형이 계속 생기는 보이스피싱도 범정부적으로 노력하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이 커졌다”며 “이런 투자 사기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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