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있는 인물 괴롭히는 '스파이 음모론'
'세기의 아이콘' 메릴린 먼로도 소련 스파이설
코코 샤넬은 스파이 의심 문서 공개되기도
메릴린 먼로, 코코 샤넬 그리고 테일러 스위프트…. 모두 연기와 패션, 노래 등 뛰어난 재능으로 각 분야를 장악하고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스파이 음모론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 미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한 정부의 비밀 요원이라는 음모론에 휩싸인 것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몬머스대학이 미국 성인 9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18%가 스위프트가 비밀 요원이라는 음모론을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 소속 당원의 32%가 음모론을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위프트를 향한 음모론에 적극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가 미국 역사상 가장 나쁘고 가장 부패한 대통령인 사기꾼 조 바이든을 지지함으로써 자신에게 많은 돈을 벌게 해준 사람과의 의리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 역시 스위프트의 음모론을 퍼뜨리며 그를 공격하고 있다.
스위프트가 음모론으로부터 공격받는 이유는 그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막대한 규모의 팬을 보유한 스위프트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공개 지지할 경우의 여파를 우려한 것이다. 스위프트는 지난해 콘서트 투어만으로 매출 10억달러(한화 1조3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그의 공연이 열리는 곳마다 대규모 인파가 몰려들면서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창출되자 그의 이름을 딴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낙태권과 성 소수자 권리를 옹호해온 스위프트는 지난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며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번 대선에선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진 않았다.
메릴린 먼로, 코코샤넬도 음모론 겪어
'스파이 음모론'이 따라다닌 인물은 스위프트뿐만이 아니다. 세기의 아이콘으로 불린 할리우드 배우 메릴린 먼로(1926~1962) 역시 스파이 음모론의 주인공이다. 풍성한 금발 머리와 빨간 입술, 하얀 원피스를 휘날리는 모습으로 유명한 그는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1953), '7년 만의 외출'(1955) 등에 출연했다. 백치미 있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실제로 그는 굉장히 사색적이었으며 다독가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로가 스파이 음모론의 주인공이 된 배경에는 당시 세계가 미국과 소련으로 대립했던 냉전 시기였다는 점 그리고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과의 내연관계가 있다. 1960년대 초 두 사람은 내연관계였는데, 소련 스파이였던 먼로가 케네디 대통령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가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자 소련 정부가 살해했다는 의혹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들과 동시에 내연관계를 맺고 있던 먼로가 비밀 정보를 누설할 것이 걱정된 미 정부기관이 그를 죽였다는 설도 있다. 그가 스파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기의 아이콘답게 사망 6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많은 소문과 뒷말이 무성하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1883~1971)은 나치 스파이설에 휩싸였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설립자이기도 한 코코 샤넬은 천재적인 재능으로 파리 패션계를 장악한 인물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코코 샤넬은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패션으로 여성들의 의복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여성 해방의 아이콘이다. 세계 1차대전이 끝난 1920년대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지만 의복은 그대로였다. 치마는 땅에 끌릴 정도로 길고 장식이 많아 활동하기 불편했고, 얇은 허리가 미의 상징이라 흉·복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코르셋을 착용해야 했다. 코코 샤넬은 무릎 아래 5~10cm 길이의 치마를 탄생시켜 차별화를 시도했고, 코르셋을 없애는 대신 당시 스포츠 웨어 등에 쓰이던 트위드 소재를 이용해 여성용 트위드 재킷과 스커트를 만들어냈다. 그는 세계 2차대전 때 독일 스파이로 의심받아 파리 패션계를 떠났다가 1954년 복귀해 변함없는 영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가 독일 스파이였다고 추정할 수 있는 비밀문서가 2016년 3월 공개됐다. 프랑스 역사학자들이 공개한 이 문서는 프랑스 파리 교외의 한 성곽에 보관돼있었다. 여기에는 나치 정보 요원들이 벌인 레지스탕스 조직원 소탕 공작 상세 보고서, 전범 추적 작업 관련 문서 등이 들어있었다. 그중 한 파일에는 "코코 샤넬이 스페인 주재 독일대사관 주재관으로 근무했었던 귄터 폰 딩크라게 남작의 정부 겸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알려왔다"는 문구가 포함돼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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