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귀금속 거리 돌아보니
30년 금은방 운영, 이달 손님 1명
소매 금은방 줄어든 손님에 한숨
지난 13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에서 만난 금은방 주인 A씨(52)는 텅 빈 매장을 바라보다 고개를 내저었다. A씨는 종로에서 30년 붙박이로 금은방을 운영해왔지만, 이번 달만큼 손님이 없던 적은 손에 꼽힌다고 토로했다. 이달 A씨가 받은 손님은 아기 돌 반지 한돈을 팔러온 1명이 전부였다.
다른 금은방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로변 목 좋은 곳에 있는 대형 금은방 2곳을 제외하고는 5~6곳의 매장 모두 업주 혼자 텅 빈 카운터 앞을 지키고 있었다. 업주들은 손님들이 매대 앞을 지나가자 "무얼 찾고 계시냐"며 황급히 이들을 불러세우다가 이내 축 처진 어깨로 매장 밖 유리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경기 불황 여파로 최근 금 수요가 늘면서 금값이 치솟고 있지만, 정작 소매 금은방들은 줄어든 손님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소규모 금은방들은 대형 금 거래소와 달리 자산을 일부 처분하거나 사치재 용도로 금을 구매하는 개인 손님에 매출을 의존하는 구조여서 불경기로 인한 소비 여력 감소에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기준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거래된 금 가격은 전일 종가대비 0.1% 상승한 1g당 8만5409.77원을 기록했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달 16일 장중 1g당 8만7790원을 기록하며 KRX 금시장이 출범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소폭 등락을 반복하며 이달 들어 8만5000원대로 하락했지만, 1g당 7만6000원 선에서 거래되던 전년 동기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인다. 현장에서는 한돈(3.75g)당 36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실제 소매 금은방들이 체감하는 거래량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종로 금 거래소에서 근무하는 직원 B씨(41)는 "코로나19 때는 손님들이 해외여행 등을 하지 못해 지출이 줄어드니까 소비 여력이 늘어서인지 금을 많이 사거나 팔러왔다"며 "최근에는 오래전에 금을 사둬 시세차익을 보려고 오는 소수의 손님과 아기 돌 반지를 팔러오는 사람들 일부 정도만 가게를 찾는다"고 말했다.
금 시세를 물으러 금은방을 찾았다가 매도를 하지 않고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저가에 금을 매입했던 이들은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에 발길을 돌리고, 수요자들은 급등한 가격에 금 매입을 주저하는 것이다.
귀금속 업장을 운영 중인 C씨(57)는 "한돈에 40만원까지 뛸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금을 팔러온 손님들은 시세를 뜯어 보더니 사라진다"며 "반면 금을 사려고 찾아온 손님들은 가격이 너무 높다고 불평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경기엔 금이 인기라지만 그것도 지갑 사정이 받쳐줬을 때 가능한 일"이라며 "돈은 없고 금은 너무 비싸다 보니 금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돼도 사려는 손님이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의 지난달 금 거래 현황을 보면 올해 1월 금값이 지난해 동월 대비 높은데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매도량(48만6820g)과 매수량(42만4830g)은 각각 16%, 20% 감소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1g당 금값은 8만7834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7만5781원)과 비교해 1만2000원가량 더 올랐다.
금 거래가 일종의 투자시장으로 분류되다 보니 소매 현장과는 거래 추세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 거래는 투자 시장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에 가격에 따라 한쪽으로 거래가 치우치지는 않는다"며 "현재 시점에서 개인 수요자들은 금값이 비싸다고 판단해 매수를 주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은 안전자산이다 보니 장기 보유하는 사람들이 많아 다른 자산처럼 가격이 올랐다고 바로 매도에 나서는 경향이 적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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