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中맥주 수입량 반등
"위생 논란 이후 신뢰 회복이 관건"
“지난 연말까진 칭다오 맥주를 주문하는 테이블이 거의 없었는데, 해가 바뀌고 나선 그래도 종종 찾는 분들이 다시 생기는 것 같습니다.”
# 서울 강서구에서 10년 가까이 양꼬치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진우 씨(가명)는 지난 연말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지난해 10월 중국 맥주 '칭다오(靑島)'의 이른바 '소변 맥주' 논란이 불거지면서 박 씨의 가게에까지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건이 터지고 양꼬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설마 하는 마음이었는데, 손님들 생각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며 "연말은 모임과 회식이 많아 한참 매출을 올려야 할 시기인데 작년에는 오히려 30~4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최악의 시기는 지나서 매출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양꼬치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용진 씨(가명)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씨는 "사건 이전에는 칭다오가 전체 맥주 판매의 70~80%까지 차지했지만 이젠 국산 맥주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고, 칭다오와 하얼빈이 각각 10% 정도씩 팔리고 있다"며 "칭다오를 찾는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전 같지 않아서 사건 이후에 따로 발주를 넣은 적은 없고 기존 재고를 소진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소변 테러’ 논란과 함께 존망의 기로에 섰던 중국맥주가 새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수입맥주 1위를 질주하던 한창때와 비교해선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지만 바닥을 경험한 이후 수입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중국산 맥주 수입량은 1007t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077t)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수치다. 작년 초와 비교해 20% 규모로 쪼그라들었지만 지난해 10월 2281t이었던 수입량이 소변 맥주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 달 만에 492t으로 급감했던 점을 고려하면 회복세로 전환한 것이다. 수입액도 회복하고 있다. 중국맥주의 지난달 수입액은 84만달러(약 1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406만달러)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작년 11월(37만달러) 기록한 바닥에선 벗어나는 모습이다.
중국맥주는 지난해 10월 대표 맥주 중 하나인 칭다오의 산둥성 공장에서 위생 문제 논란이 발생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하루아침에 외면받았다. 앞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산둥성 핑두시 칭다오 제3공장에서 작업복과 헬멧을 착용한 한 남성이 맥주 원료인 맥아 보관 장소에 들어가 소변을 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됐고, 해당 영상이 국내에서도 퍼져나가며 소비자들이 빠르게 손절에 나선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불매에 나서면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중국맥주도 한순간에 추락을 경험했다. 2022년 수입량 4만6504t으로 수입맥주 1위를 기록했던 중국산 맥주는 지난해에도 연초까진 1위 자리를 지키며 순항했다. 하지만 이후 ‘아사히 생맥주 캔’으로 대변되는 일본맥주의 인기와 맥주 방뇨 영상 파문이 더해지면서 2016년(3만6159t) 이후 7년 만에 수입량이 3만t대로 줄어들며 일본맥주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 밀려났다.
칭다오가 국내 퇴출 위기에 몰리면서 칭다오의 국내 수입사 비어케이도 회사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매출의 대부분이 칭다오에서 발생하는 비어케이는 지난해 칭다오의 판매 급감에 전체 직원 12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앞서 비어케이는 2022년 2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는데, 지난해 악재로 하반기 판매 실적이 부진했음을 고려하면 2년 연속 적자는 불가피해 보인다.
연말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비어케이는 최근 한정판 맥주 ‘2024 갑진년 복맥 에디션’을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비어케이 관계자는 “크지 않은 독립 수입사로서 해당 사건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슈 초기에는 소비자 환불 요청이 일부 발생해 전량 환불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관련 내용은 전부 정리가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의 신뢰와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맥주가 바닥을 찍고 반등에 나선 가운데 향후 중국맥주의 국내시장 전망에 대해선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수입 식품 전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맥주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데다 대체재가 많다는 것도 중국맥주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짚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부정적인 이슈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기 마련”이라며 “중국산이라고는 하지만 칭다오가 제품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만큼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한편 새해 첫 달 국내 수입맥주 1위 자리는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일본맥주가 차지했다. 지난달 일본맥주는 5613t, 총 477만달러(약 65억원)어치가 수입됐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기록한 2553t, 200만달러와 비교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일본에 이어 미국맥주가 수입량 1973t, 수입액 197만달러로 2위에 올랐고, 중국맥주는 3위를 기록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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