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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 따봤자 '취업 깜깜'…가난한 대학원생, 위태로운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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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인구 집단 대비 5배 높아
"고용 불안정·경제적 빈곤 영향"

지난해 10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한 20대 대학원생이 "공부가 힘들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학내 도서관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래 대학원생 사이에서는 '죽음이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최근 한 조사에서 '1년 이내 자살을 생각했다'고 응답한 대학원생 비율이 20%를 넘기는 등 대학원생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한 수준이다. 졸업 이후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던 이전과 달리 석·박사 학위가 더는 고용 안정성을 담보하지 않는 현실과 경제적 빈곤, 실험실 특유의 폐쇄성 등이 대학원생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서울성모병원이 대학원생 35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생연구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자살사고)고 응답한 비율은 20.2%로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이내 구체적으로 자살을 계획했다'(자살계획)는 응답 비율도 7.7%였다. 일반 인구 집단(자살사고 4.4%·자살계획 1.3%)과 비교하면 각각 5배, 7배가량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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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대학원생은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 의심 증세를 보였다. 주요 증세로는 우울증(30.7%)이 가장 많았고, 불안장애(23.0%), 수면장애(19.5%), 강박장애(9.6%)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를 진행한 이유민 세브란스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대학원생 상당수가 우울증, 불안감, 공황 증상 등을 새로 겪거나 혹은 이전에 앓던 정신 질환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번아웃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학원생의 불안에는 고용 시장의 불확실성과 경제적 빈곤 등이 자리하고 있다. 대학원생 대부분이 지도 교수 밑에서 행정 업무 혹은 프로젝트 연구에 종사하지만, 노동자로서 지위가 뚜렷하지 않아 경제적 보상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여기에 졸업하더라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인구는 많아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응답자 대부분은 지도교수 연구실에서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했으나, '고정 소득이 전혀 없다'고 밝힌 비율도 16%로 집계됐다.

서울 한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모씨(25)는 "주위 동료들을 보면 거의 프로젝트 연구, 조교 업무뿐 아니라 교수 연구 참여, 개인 연구까지 수행하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2년을 버텼는데도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니 중도 포기를 고려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원생에 대한 연구 활동 시 서면 협약 등을 통해 대학원생의 노동을 투명화하고, 주기적으로 이들을 위한 상담·조언 활동을 진행하는 방법이 대학원생의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철갑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예전엔 경제적 보상이 거의 없더라도 석·박사 학위를 따면 졸업 후 어느 정도 안정된 길을 보장받는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런데 요즘엔 어려움을 감내하고 졸업하더라도 사회적 지위마저 불확실해 많은 대학원생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프로젝트 연구 시 업무 수행 전에 조교업무협약서 등 서면 협약을 체결해 현재 그림자처럼 행해지고 있는 대학원생 노동을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외에도 지도교수 개인이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 및 심리 상담을 확대하며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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