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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패널' 화재 참사 반복…“현장 모니터링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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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화재 소방관 순직
'샌드위치 패널'이 인명 피해 키워
법규 강화에도…"10곳 중 9곳 부적합"

최근 경북 문경시에서 일어난 육가공품 공장 화재.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이 사고를 키운 것은 '샌드위치 패널'이었다. 샌드위치 패널은 철판이나 판자 사이에 단열재인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넣은 건축 자재로, 1999년 23명이 사망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의 원인이 됐다. 이 사고가 발생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화재 참사에선 여전히 샌드위치 패널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규제를 강화했지만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데 대해 업계와 전문가는 현행 법규를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표준모델 사용 인증 10개 업체의 샌드위치 패널을 조사한 결과 9개가 부적합 제품이었다. 그동안 법이 강화됐지만, 실제로 국민 안전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22년 전국 건설 현장 및 건설 자재 공장을 불시 점검한 결과 208곳 가운데 62곳이 단열재 성능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6일 오후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청 합동사고조사단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6일 오후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청 합동사고조사단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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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에도 반복되는 참사

부적합한 제품이 판을 치는 까닭은 법의 허점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1999년 씨랜드 화재 당시 샌드위치 패널이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되자 정부는 2001년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강판 안쪽을 채운 단열재)에 쉽게 잘 타지 않는 난연 소재를 사용하도록 했다. 전에는 심재가 가연성 소재여도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규제도 문제가 있었다. 단열재에 난연 소재가 포함만 돼 있으면 됐다. 단열재 관련 현장에서 28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학경 KCC 보온재 사업부장(상무)은 “당시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가 화재에 얼마나 버티는지가 아닌, 시험 합격 여부만 중요했다”며 “그러다 보니 실제 양산이나 현장 적용은 어려운, 인증 시험 합격만을 위한 제품들이 인증을 받는 등 터무니없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했다.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2013년 경기 안성시 냉동창고 화재,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등으로 이어졌다. 모두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목된 사고들이다. 이에 정부는 2021년 12월 단열재를 준불연 이상의 소재로 사용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샌드위치 패널 모습.

샌드위치 패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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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 현장 모니터링 강화 필요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심재의 대체재는 있다. 규사 등 유리 원료를 고온에서 녹여 만든 무기 섬유를 울 형태로 만든 단열재인 ‘그라스울’이다. 성능만 보면 불연 단열재인 그라스울을 사용해야 했지만 현장에서의 실용성이 문제가 됐다. 공사 현장에서 재단하거나 옮기는 데에는 그라스울보다 샌드위치 패널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그라스울이 시공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화재 안전만 강조해서 불연 소재가 무조건 맞다고 주장하기엔 여러 부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용적인 문제도 있다. 정부는 참사가 반복될 때마다 단열재 기준을 강화하려고 시도했으나 샌드위치 패널 생산을 주력하는 업체 반발에 막혔다. 그라스울을 생산하기 위해선 최소 2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데, 중소업체들이 이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KCC 내화보온 단열재 세라크울, 그라스울, 미네랄울. (사진=KCC)

KCC 내화보온 단열재 세라크울, 그라스울, 미네랄울. (사진=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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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행 법규를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여인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장은 “유통 과정에서 잘못된 제품이 유통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행 규정 강화보다는 현재의 규정이라도 제대로 지켜지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부적격 제품을 적발할 경우 리콜을 하는 식의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단열재 성능 기준을 불연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학경 상무는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철 소재는 모두 불연 재료로 바뀌었다”면서 “샌드위치 패널과 달리 그라스울과 같은 불연 소재는 유독가스 배출도 현저하게 적다”고 했다. 김 상무는 이어 “샌드위치 패널을 생산하는 중소형 업체의 도산을 막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는 한편, 현재 현장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더 이상의 참사를 막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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