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쿠폰에 199억원 투입
사용자 이탈 잡고 미국 시장 공략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일명 '슈퍼볼'에 중국의 인터넷쇼핑몰 업체인 테무가 수천만달러 규모 광고비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30초짜리 TV 광고 하나에 무려 9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며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테무가 지난 일요일 저녁 슈퍼볼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여섯 차례 TV 광고를 방영하고, 프로모션으로는 1500만달러(약 199억원)의 경품과 쿠폰 등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슈퍼볼 광고 단가는 TV 채널 CBS 기준 30초당 650만~700만달러(약 86억~92억원)로 작년보다 더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테무는 악명높은 광고 단가에도 불구, 수천만 달러를 아낌없이 투자했다. 테무 측은 성명을 내고 "이번 광고는 1500만 달러 이상의 쿠폰과 경품을 제공하는 슈퍼볼 캠페인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싼 광고비를 주고 정작 테무가 내세운 것은 염가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이라는 특성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테무 앱을 이용해 집을 10달러(1만3000원)짜리 토스터, 6달러(8000원)짜리 스케이트보드 등의 물품으로 채워나가는 것을 보여주며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고 홍보한 것이다. 돈 걱정 없이 물건을 사는 억만장자처럼 염가의 상품을 마구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염가의 상품 판매와 달리 고가의 광고비 출혈을 감수하는 모습에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억만장자처럼 소비하라고 시청자들에게 촉구하면서 결정적으로 테무는 억만장자답지 않게 행동했다"고 꼬집었다.
테무가 이같은 출혈 경쟁에 돌입한 것은 최근 흔들리는 미국 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테무는 지난해 대규모 성장을 보였지만 최근 몇 달 동안 미국 사용자 일부가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모건스탠리는 최근 조사에서 현재 미국 테무 사용자 중 3분의 1은 가까운 미래에 앱 사용을 줄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미국까지 상품이 배송되는데 걸리는 긴 배송 시간 등으로 낮은 고객 만족도를 기록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테무는 시청자 2억명에 달하는 슈퍼볼 광고에 지갑을 열었다. CNBC는 "중국 회사가 수백만 달러의 슈퍼볼 광고를 구매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면서도 "모기업인 핀둬둬가 미국 시장 공략에 얼마나 공격적으로 나서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슈퍼볼 광고가 충분히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무는 지난해에도 슈퍼볼 광고를 집행한 적이 있으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테무의 지출은 이미 성과를 거뒀다. 이미 월간 활성 사용자는 올해 1월 기준 5100만명에 달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거의 300% 증가한 수준"이라며 "이제 테무의 과제는 아마존과 같은 플레이어를 상대하기 위해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는 일요일 저녁 슈퍼볼에 테무의 광고가 방영되는 동안 웹 검색량이 급증했다고 밝혔으며, USA 투데이는 "테무는 광고 방영 다음 날인 월요일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무료 앱 2위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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