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노보노디스크 한국법인
유럽 시총 1위 덴마크 제약회사
한국서 女 임원비율 70% 비결
상황 맞게 출퇴근 시간 조정 가능

편집자주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 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출퇴근 전후 30분, 1시간이 너무 중요합니다. 등원 문제로 회사에 다니느냐 마느냐, 당사자는 사활을 걸게 되거든요. 노보노디스크에서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으면서 일한다기보다는 성과를 기반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율성과 동시에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죠.”


노보노디스크 한국법인 인사부 임원(부서장)으로 재직 중인 김혜연씨(46·여)는 “여러 외국계 기업을 거쳐 왔지만, 노보노디스크의 기업문화가 최고”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9월부터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부상한 덴마크의 제약회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진 비만치료제 개발로 더욱 유명해졌다. 비만과 당뇨, 혈우병 등 만성 질환을 중심으로 인슐린과 치료제를 공급하는 이 기업의 시장 가치는 5000억달러(약 664조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법인은 1994년도에 설립됐다.


김씨는 “저도 이전 회사에서 자녀를 하원시키기 위해 1시간 이른 퇴근을 보고하려고 사직서를 품고 상사를 찾아갔던 경험이 있다”면서 “노보노디스크의 제도는 여느 회사와 다르지 않겠지만,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육아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령의 준수는 당연하고, 그것을 넘어서 같이 일하는 동료와 팀원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며 “노보노디스크는 ‘환자 중심’,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가치를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노보노디스크제약에 근무하고 있는 김혜연 인사부서장(왼쪽), 조지현 약가·대외협력·미디어 부서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노보노디스크제약에 근무하고 있는 김혜연 인사부서장(왼쪽), 조지현 약가·대외협력·미디어 부서장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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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노디스크는 출퇴근 시간을 규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상황에 맞게 재택근무 주 2회,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등을 활용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성이 선행되면 책임이 이어진다는 논리를 따른다.


노보노디스크 한국법인은 여성 임원 비율이 70%에 달한다. 10명 중 7명이 여성이다. 국내 제약업체 임원 대부분이 남성인 것과 상반된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지난해 상반기 누적 매출이 가장 높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ESG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임원 비율은 13.8%였다. 매출이 두 번째로 높았던 셀트리온은 13%, 세 번째인 유한양행은 18%였다.


책임 다하면 유연한 근무 인정, 직원 존중으로 이어져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는 조지현씨도 워킹맘이면서 임원(부서장)이다. 변호사인 조씨는 이 회사에서 약가·대외협력·미디어 부서를 맡고 있다.


조씨는 유연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제도뿐 아니라 이를 허용해주는 기업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서장이 재량으로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장해줄 수도 있지만, 기업 문화가 보장되지 않으면 그 재량도 발휘하기 어렵다”며 “회사가 부서장이 결정하는 일과 직원의 근무 사이 유연성을 존중해주고 지원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7년째 노보노디스크에서 일하고 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이직했다. ‘워커홀릭’이었던 그에게 일·가정 양립을 위한 시간이 매우 필요한 시기였다. 조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솔직하게 일만 하느라 일과 가정 양립이 안 됐던 것 같다”면서 “내가 워커홀릭이었던 이유엔 나의 성향이나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야망도 있었지만, 회사에서 기대하는 높은 성과에 부응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전 회사에서는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말하기가 너무 힘들었다”면서 “회사 분위기도 알고 휴직 기간에 대체가 어려운 사내 변호사 업무의 특성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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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보노디스크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일을 열심히 할 때는 몰입하지만, 일이 끝났을 때는 회사도 저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준다”며 “회사는 책임을 다하는 직원에게는 유연함을 인정해준다. 이는 직원을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급하게 회의할 일이 있어도 개인의 일정을 존중해 정하는 문화가 잘 조성된 곳”이라면서 “대부분 스케줄을 사전에 알 수 있어 업무 시간의 예측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아이 기르면서 나도 성장…육아도 경력"

김씨와 조씨 모두 워킹맘으로서 고충도 있었지만, 육아를 시작한 지 10여년이 넘은 지금은 보람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야근으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늦은 밤까지 기다리거나, 집에서 일에 빠져 밥을 챙겨주지 못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아이가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제 삶의 우선순위를 고민하며 일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했는데, 아이가 저에게 '엄마의 인생은 엄마의 것이니까 나를 봐서가 아니라, 엄마를 생각해 결정하라'고 얘기해 준 게 얼마나 고맙고 또 미안하던지요. 일과 아이를 통해서 스스로 성장할 때 워킹맘으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노보노디스크제약에 근무하고 있는 김혜연 인사부서장(왼쪽), 조지현 약가·대외협력·미디어 부서장이 지난달 16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노보노디스크제약에 근무하고 있는 김혜연 인사부서장(왼쪽), 조지현 약가·대외협력·미디어 부서장이 지난달 16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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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아이를 기르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이해의 폭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조씨도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와 내 인생을 같이 엮어 들어가면서 노심초사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아이에게는 다 때가 있고 기다리면 된다는 인내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일을 할 때처럼 아이한테도 좋은 때가 오기를 담대하게 기다린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 내 일·가정 양립 분위기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은 가족이란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채 일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한 부분에서 부담이 과중되면 다른 부분 역시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전체 삶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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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김씨는 “인사부에서 일하다 보니 더 느끼는 것은 제도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문화와 환경 그리고 동료들의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50대 50과 같은 절대적 균형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조화로운 일·가정 양립을 이끌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육아 지원을 위한 국가의 노력 역시 중요하다. 국가적인 차원의 돌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업을 움직이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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