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하루 지연…신뢰도 급락
트럼프 나토 발언 겹쳐 불안 확산
미국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군사대국인 영국 해군의 항공모함 2척이 고장으로 잇따라 출항을 못하거나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영국 안팎의 안보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를 내지 못한 나토 국가는 보호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영국 정계 안팎의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포츠머스 해군기지에서 전날 출항하려던 영국 항공모함인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가 하루 늦은 이날 나토 훈련이 열릴 북극해로 출항했다. 본래 항모 출항이 예정됐던 전날에 영국 해군은 교통 차단 등 각종 절차를 진행했고, 출항을 보려고 수백명의 인파까지 모였지만 출항이 취소되면서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앞서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는 이달 말부터 노르웨이 북극해에서 열릴 예정인 나토의 '스테드패스트 디펜더(Steadfast Defender·확고한 방어자)' 훈련에서 24개국 이상에서 온 전함 40여척을 지휘할 예정이었다. 이러한 연합함대 지휘함이 본래 예정보다 하루 늦게 출항하면서 영국 안팎에서 안보논란이 이어졌다.
그나마 본래 이 훈련에는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가 아니라 자매함인 'HMS 퀸 엘리자베스'호가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퀸 엘리자베스호는 지난 4일 출항 직전 최종 점검에서 오른쪽 프로펠러축 결합부(샤프트 커플링)에 이상이 발견돼 훈련 참여 자체가 취소됐다. 이에따라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는 대타로 나서게 됐던 것인데 출항이 지연된 것이다.
전날 영국 국방부의 해명도 안보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영국 국방부는 대변인을 통해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는 적절한 조류와 기상 조건에 따라 곧 출항할 것"이라고 밝히자 전쟁에 나갈 항모가 조류와 날씨가 좋아야 항해가 가능하다는게 말이 되냐며 더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영국 국방부도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톰 투건하트 국방부 부장관은 12일 L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나가 있어야 할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가 항구에 정박해있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발언으로 증폭되고 있는 영국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 도중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러시아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고 발언해 큰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한 나토 회원국 지도자가 자신에게 "우리가 돈(방위비)을 내지 않더라도 러시아로부터 공격받으면 우리를 보호하겠는가"라고 물었는데 여기에 자신은 "당신이 체납자(delinquent)라면, 보호하지 않겠다(I would not protect you). 오히려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청구서에 나온 대금을 납부하라(You got to pay your bill)"고 질책했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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