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제외 패션기업 영업이익 급감
시장 혹한기 길어질듯…실적 반등 '고심'
수입 브랜드 강화, 글로벌 시장 진출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로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패션업계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기 부진 올해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영업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 대기업들은 해외 진출과 수입 브랜드 확대 등 전략을 새로 짜며 재도약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한섬 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1005억원을 기록해 전년에 기록한 1683억원 대비 40.3%나 급감했다. 매출액은 1조5289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신규 브랜드 론칭 시 초기 집행 비용이 큰데, ‘무스너클’과 ‘아스페시’, ‘타임’ 글로벌 라인 등을 선보인 것이 이익에 부정적 영향으르 줬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87억원으로 전년 대비 58%나 급감한 가운데 매출액도 1조3543억원으로 같은 기간 12.8% 감소했다. 마진이 컸던 수입 명품 브랜드가 이탈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LF 도 622억원을 기록,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6%나 후퇴했다. 코오롱 FnC의 경우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 9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이 이어진 탓에 연간 실적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옷과 가방 등 패션용품에 대한 소비가 줄어든 것이 패션 기업들의 실적을 일제히 끌어내렸다.
패션 대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삼성물산이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영업이익으로 1940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7.8% 성장했다. 일찍이 발굴해둔 수입 브랜드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일명 자스가)를 중심으로 신명품(해외 고가 패션) 수요가 커지면서 아미, 메종키츠네, 꼼데가르송 등 기존 라인업들도 수혜를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혹독한 찬바람이 예상된다. 위축된 소비 심리가 살아나기 위해선 경기 회복이 이뤄져야하지만, 현재로서는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패션기업들은 수입 브랜드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등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있다.
삼성물산은 '비이커'와 '10꼬르소꼬모(10CC)' 등 편집숍을 중심으로 수입 브랜드를 발굴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작업을 이어간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자스가’처럼 2030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신명품을 독점적으로 더 들여 온라인 채널인 SSF샵으로 소비자를 유인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대들이 소비의 중심으로 오면서 온라인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브랜드 경쟁력과 체험형 콘텐츠 등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대로 코로나19 이후 성장률이 정체된 상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뷰티) 부문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잠재력 있는 수입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회사는 '셀린느'의 빈자리를 니치 향수와 화장품들로 채워나갔다. 지난해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만 6개다. 메모파리, 쿨티, 꾸레쥬, 스잔카프만, 돌체앤가바나, 힐리 등이다. 일찍이 인수한 럭셔리 화장품 '스위스퍼펙션'은 올해 더 공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복안이다. 스위스퍼펙션은 최고급 스킨케어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로 '라메르', '시슬리' 등이 경쟁사다. 회사 측은 "스위스퍼펙션은 3년 내 소매 매출 1000억원 의상의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며 "패션 부문에선 마진 구조가 높은 독점 판매권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의 경우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코오롱FnC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와 골프웨어인 ‘왁’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코오롱스포츠는 중국을 중심으로 북미 시장으로의 진출을 준비 중이며 왁은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미국,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실제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이 회사는 중국 ‘차이나 TF’ 조직을 신설했으며, ‘글로벌 디자인 센터’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걸맞은 디자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해외 패션 화장품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넓힌 한섬은 해외 진출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시스템'과 '타임' 두 브랜드를 주축으로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해 보겠다는 포부다.
LF는 다른 회사와 달리 안정에 집중한다. 기존 브랜드를 가꿔나가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닥스'와 '헤지스'를 리뉴얼한 LF는 올해 고객들의 브랜드 만족도를 높이는 세밀한 작업에 들어간다. 2년 전 '리복'의 유통을 맡은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왔다면 올해는 성장 폭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빠투', '바버', '킨' 등 수입 브랜드 판매라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된 만큼 고객들의 유입을 늘릴 수 있는 전략을 세워나갈 방침이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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