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차기 대권 지지율 이재명 턱밑 추격
개인 인기에 비해 당 지지율은 여전히 낮아
김건희 리스크 상징적 수준이라도 해법 필요
# 15일 서울시 동대문구 경동시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방문하자 구름 인파가 몰려 한 걸음 앞으로 내딛기가 어려웠다. "한동훈, 차기 대통령" 연호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지금이 총선이 아닌 대통령 선거 기간인가 착각을 할 정도였다. 인파에 밀리다 보니 따라가는 게 만만찮았다.
한 위원장은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 가운데 1위를 도맡았지만, 정치권에 입문한 뒤에는 한층 더 레벨업됐다.
지난 2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자체 정례 여론조사(지난달 30일~이달 1일·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대상·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장래 대통령감을 묻는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3%를 얻었다.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여권 내 1위를 차지했지만 10%대를 오가는 수준이었다. 한 위원장은 차기 구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6%)에 이어 2위지만, 정치에 입문한 지 이제 한 달을 넘긴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적임이 틀림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를 나흘 앞둔 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경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앞서 1월 4주 차 갤럽 조사(지난달 16~18일·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 대상·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에서도 당 대표로서 한 위원장은 52%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적적인 선거전 승리를 가져왔던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2012년 3월 19~23일 조사) 당시 지지율 52%와도 같다.
한 위원장의 개인에 대한 지지율이 우상향을 그리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횡보를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 위원장 등판 시기와 이후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갤럽의 자체 정례 여론조사를 봐도 12월, 1월 국민의힘 지지율은 34~36%를 횡보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자체 정례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8.1%(지난해 12월 4주)로 36.6%에서 39.8%를 오가는 정도다. 아직 한 위원장의 지지세가 당으로 옮겨지지 않은 것이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등장으로 선거 구도가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야권에서는 그동안 지지율이 낮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구상 속에서 선거전에 임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등판으로 인해 선거 구도가 복잡해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도, 무당층의 표심이다. 지지층 결집 외에 선거의 승패를 가름하는 중도, 무당층이 일단 한 위원장에 대해 호의를 보인다는 것이다. 윤희융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MBC 라디오에서 "(1월 4주 갤럽여론조사에서) 중도층과 무당층에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전환된 뒤 지지로 확대된다"며 "대통령이나 당에 대한 긍정평가가 20%대인데 반해 한 위원장은 40%대 중반대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 정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판을 흔들 '재료'는 갖췄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되기 위해서는 '킬러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메가 서울이나, 운동권 출신 86 비판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국회를 (충청도로) 통으로 이전하고, 국회 부지는 수도권 시민을 위한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하는 등의 공약이 나와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를 나흘 앞둔 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경동시장을 방문해 구매한 상품을 들어보이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단 윤 대통령과의 관계 문제가 정리되어야 지지율 문제도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오는 7일 방송되는 대담에서 윤 대통령이 어느 정도 수준의 말을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사과 이뤄지면 한 위원장의 지지율이 오르고,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 사이의 입장 차이도 줄어들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이사의 생각도 비슷했다. 김 이사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있고 그 핵심은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다"라며 "한 위원장의 이미지 정치, 존재감 과시만으로는 지지율을 올리는 데 한계가 뻔하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는 "한 위원장의 운동권이나 이재명 대표 때리기는 보수층은 좋아하겠지만 중도에서 호감을 받기 어렵다"며 "김 여사와 관련해 상징적인 수준이라도 뭔가 해결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기사에서 거론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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