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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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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어느 시대든, 어떤 방식으로든 길 위에서 발을 떼어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이자 소설가, 교육학자, 음악가였던 장 자크 루소 또한 걷기에 매혹됐던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유럽 계몽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인 그의 글은 민주주의의 이념적 토대가 됐고,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끼쳤다. 그는 문명의 발전과 진보가 인간을 자연 상태에서 멀어지게 했고, 인성과 도덕심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믿었다. 루소는 또 자서전 <고백록>을 통해 젊은 시절 걷기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때가 가장 살아 있다고 느낀 시기였다고 회상한다. 글자 수 1058자.
[하루천자]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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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을 기록해두지 않은 게 가장 후회스럽다. 몇몇 흥미롭고도 사소한 일들이 내 기억에서 지워졌기 때문이다. 혼자 걸어서 여행할 때처럼 그렇게 내가 완전히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고, 감히 표현하자면 그렇게 완전한 삶을 영위한 적도, 그렇게 철저하게 나 자신이 되어본 적도 없었다. 걷기는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었고 정신을 깨워주었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나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내 이성이 발동하려면 내 몸도 움직여야 한다. 걷다 보면, 멋진 시골 풍경과 연이어 눈에 들어오는 상쾌한 모습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하게 되고, 입맛도 살고 건강도 챙길 수 있게 된다. 숙소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고, 내가 묶여 있는 것들을 떠올리는 모든 것에서 떨어져 있다는 점이 내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며 대담한 사고도 가능케 해준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나를 거대한 존재 속으로 밀어 넣고는 내 상상에 맞게 존재의 모든 것을 고르고 묶고 내 마음대로 활용하게 된다. 내 마음 가는 대로 자연을 처리하면서 내 마음은 만나는 대상에 따라 움직인다. 내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들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같이 하나가 돼보기도 한다. 매혹적인 이미지에 둘러싸인 내 마음은 달콤한 감각에 취하게 된다. 이러한 감흥을 영원히 남기려고, 어떤 색을 입혀 어떻게 그려볼까 생각하며 즐거워한다! 삶의 뒤안길에서 쓴 글에도 이러한 면이 드러난다고 한다. 아! 젊은 시절의 도보 여행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머릿속에 그릴 수는 있으나 기록은 없는 그 당시의 도보 여행! 왜 기록하지 않았느냐고 누군가 물으면, 그런데 왜 기록해야 하는 거지? 하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즐겼던 것을 남들에게 알려주려고 그 매력을 잃어버릴 필요가 있을까? 실제로 도보 여행을 하는 데 있어 내게 독자나 대중들 혹은 세상 사람들이 다 무어란 말인가? 게다가 당시 내게 펜이나 종이, 잉크가 있기는 했나? 내가 만약 이런 것들을 다 갖고 있었다면 아마도 간직하고픈 생각이 아예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어떤 생각이 떠오를지 예견할 수도 없다. 생각이란 내가 부른다고 오는 게 아니고 불현듯 떠오를 때 올 뿐이다.


-<걷기의 즐거움>, 수지 크립스 엮음, 윤교찬·조애리 옮김, 인플루엔셜,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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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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