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다각화 비용 상승
블룸버그 "한국, 공급망 다각화 난항"
예멘 반군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으로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하면서 지난달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 선적량이 3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분쟁 장기화에 대비해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운임 상승으로 가까운 곳에서 원유, 가스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올해 1월 아시아로 유입되는 미국 석유는 하루 평균 87만8600배럴로 직전 달 140만배럴 대비 37.2%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180만배럴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가 지난해 11월부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 경로인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글로벌 해상운임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여파다. 해운사들은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 운하 통과를 기피하고 있다. 올해 1월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유조선은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23% 줄었다. 같은 기간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은 65%,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은 73%나 급감해 감소폭이 더 컸다. 대신 더 거리가 먼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해상운임이 오르고 있다. 중동에서 북유럽으로 가는 수에즈맥스급 유조선 운임은 12월 중순 이후 50%가량 급등했다. 미국에서 아시아로 석유를 운송하는 비용도 1월 첫 3주간 배럴당 2달러 이상 치솟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 한국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석유 공급망을 다각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전체 원유 수입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로, 중동(67.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장 역학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제한돼 결국 정유사의 마진이 잠식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UBS그룹 AG의 원자재 분석가인 지오바니 스타우노보는 "다각화는 여전히 가능하지만 가격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정유사의 마진은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석유 시장은 미국·유럽 등 대서양 중심과 걸프만·인도양·동아시아 중심 시장으로 양분되고 있다. 유럽 일부 정유사들은 지난달 이라크산 원유를 구매하지 않았다. 대신 북해산과 남미 가이아나산 원유를 사들였다. 아시아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산 원유 수요가 크게 늘면서 지난달 중순 원유 현물 가격이 급등했다. 석유제품 시장에서도 이 같은 단절 추세가 확인됐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유럽산 나프타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지난주 나프타 가격이 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컨설팅업체인 서리클린에너지의 아디 임시로빅 이사는 "지정학은 무역에 좋지 않다"며 "정유사, 특히 보다 유연성이 필요한 아시아 정유사에는 어려운 시기"라고 분석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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