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계동 33번지 일대' 설명회 가보니
저층 다세대 밀집한 도심 낙후 지역
초역세권·개발면적 11만㎡ 대단지 가능
용도지역 상향시 최고 39층 3000가구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주민센터 2층 대강당. 평일 한낮인데도 100평(약 330㎡) 남짓 되는 공간이 300명 넘는 주민들로 가득 찼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이 추진하는 ‘서계동 33번지 일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의 가이드라인을 주민 및 소유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재개발 추진 현황, 착공·입주 일정 등이 적힌 팸플릿을 밑줄 그어가며 읽고 챙겨온 노트에 옮겨 적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서울역 서쪽에 붙어 있는 서계동 33번지 일대는 반지하, 저층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도심 낙후 지역이다. 20년 이상 된 노후 주거지 비율이 87%에 달하고 도로가 좁은 탓에 차량 접근, 보행이 불편해 주거 여건이 열악했다. 대형 오피스 빌딩이 들어선 서울역 동쪽 지역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용산구의 슬럼’이라고도 불렸다.
반면 입지적 장점은 뚜렷하다. 서울 지하철 1·4호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 KTX, 일반철도 등이 지나는 서울역이 인접한 ‘초역세권’이며 재개발 면적이 11만2599㎡에 달해 대단지 조성이 가능하다. 남산·남산 N서울타워 조망권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서울 도심에 몇 안 남은 노후 주거지로 신통기획 후보지 중에서도 특히 주민들 관심이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서계동 일대에는 과거 재개발 바람이 몇 차례 불었다. 2007년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됐고 2017년에는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후보지에서 해제되거나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2021년 신통기획 1차 공모에도 탈락한 뒤 2022년 12월 두 번째 시도 끝에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날 주민들의 관심은 단연 ‘용적률’에 쏠렸다. 김현주 서울시 신통기획2팀장은 설명회에서 “현재 1·2종(7층 이하)인 용도지역을 각각 2종과 3종·준주거로 상향하고 용적률은 최대 260%까지 높이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적용하면 최고 39층, 3000가구(공동주택 2700가구+오피스텔 300실) 규모 단지가 들어설 수 있다.
이 밖에도 만리재로·청파로에 공원을 배치하고 공원과 연계한 공공보행통로를 만들어 주민 휴식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단지와 지하주차장이 연결되도록 하는 등 편리한 동선도 구축했다. 또 청년 수요가 높은 지역임을 고려해 기숙사를 조성, 공공성을 높였다.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사는 서모씨(60)는 “분담금이 많겠지만 나이 들어 좋은 집에 살아보자는 생각이 있어 얼마가 됐든 감수하고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 빌라를 보유하고 있는 60대 남성 오모씨(서울 홍제동)도 “서울역이 가까우니 지방 다니기 편하고 남산 조망을 살려준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계획안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박홍재씨(68·서울 아현동)는 “청량리역만 해도 주변에 60층짜리 아파트 단지(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가 들어섰는데 ‘서울의 얼굴’이라고 하는 서울역 주변이 39층으로 제한된 건 아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모씨(72·서울 서초동) 역시 “좁은 땅에 아파트를 짓다 보니 평수가 작게 나온다고 해 실망스럽다”면서 “주민 동의를 받을 때 반대 의사를 표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동의율 요건이 기존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50%) 이상으로 완화됐지만 얼마나 빨리 동의를 받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재개발 방식을 둘러싼 내분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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